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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3.29 18:35 수정 : 2007.03.29 19:02

사설

중동을 순방 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그제 카타르 도하의 동포 간담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상과 관련해 자신이 최종 결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중요 현안에 대해 대통령이 책임지겠다는 태도를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자유무역협정이 소신이기에 국민의 반대와 비난을 무릅쓰고라도 어떻게든 성사시키겠다는 의도라면 곤란하다. 국익 우선이라는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협상에 임하는 것이 아니라 타결 자체를 지상과제로 삼고 있지 않으냐는 걱정이 앞선다.

노 대통령은 최근 △경제적 실익 우선 △시한에 얽매이지 말 것 △낮은 수준의 협정도 가능하다는 세 가지 협상 원칙을 밝혔다. 그러나 막바지 국면에 접어들면서 원칙과 기준은 보이지 않고 타결 의지를 강조하는 목소리만 들린다. 노 대통령은 지난 20일 농어업 분야 업무보고에서 “정치적으로 손해 가는 일을 하는 대통령은 노무현밖에 없기 때문에 특단의 의지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꼭 될 줄 알았는데 막판이 참 어렵다”, “돌아가서 마지막 한두 꼭지를 따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두 주 전에 밝혔던 원칙은 단지 반대여론 무마용이었나? 지금은 협상 결과가 목표를 달성했는지, 국익에 부합하는지 냉철하게 따져봐야 할 때다. 얻은 것은 없고 내준 게 많은 판에 대통령이 타결 의지만 강조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오겠는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같은 날 축산농가를 모아놓고 노골적으로 한국의 쇠고기 시장 개방을 요구했다. “한국, 일본 같은 나라들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금수 조처를 취하고 있다”며 미국의 목표는 쇠고기 시장의 부분 개방이 아니라 전체적인 개방이라고 강조했다. 또 “축산업협회가 의회에 정부의 신속협상권을 연장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협상시한과 상관없이 쇠고기 시장 개방을 관철시키겠다는 부시 대통령의 태도는 시한 내 타결을 강조하는 노 대통령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우리가 먼저 자유무역협정을 제의했다고 해서 미국 쪽에 끌려다닐 이유는 없다. 미국 시한에 맞춰 협상을 타결시켜야 한다는 의무도 없다. 노 대통령은 임기 안에 마무리하고 싶겠지만 성과가 여의치 않으면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개헌보다 더 신중하게 추진해야 할 사안이다. 소신만으로 될 일이 아니다. 노 대통령은 스스로 밝힌 원칙에 충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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