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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3.29 18:36 수정 : 2007.03.29 19:05

사설

지난해 가을부터 여러 차례 이뤄진 여권 인사들의 대북 접촉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정부는 이들 접촉과 무관한 것으로 돼 있었다. 그런데 이제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으니 정치권 등에서 의혹을 제기할 만도 하다.

이호철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밝힌 접촉 경위는 비교적 간단하다. 지난해 가을 북쪽 인사가 노 대통령 측근인 안희정씨를 만나고 싶다고 해, 진의 탐색차 안씨와 이화영 열린우리당 의원을 보냈으나 얘기가 잘 되지 않아 곧 접촉을 중단시켰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 추진 등 적극적 목적을 갖고 접촉을 추진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청와대 쪽의 설명에는 이해할 측면이 없지 않다. 당시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동북아 정세가 극도로 경색된 분위기에서 북한의 의도를 제대로 알려면 직접 접촉이 유효할 수 있다. 안씨나 이 의원이 대북특사가 아닌 이상 남북관계 관련 법률을 어겼다고도 할 수 없다. 설령 정부가 적극적 의도를 가졌다 하더라도 남북관계의 특성상 초기 접촉부터 모두 국민에게 공개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드러난 정부 행태를 보면 서투르고 무책임하다. 이 실장은 접촉에 나선 사람들이 대부분 북한 전문가가 아니라면서도 보안 차원에서 안씨 등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 결과 유관 기관과의 협조도 이뤄지지 않은 채 ‘브로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상황이 조성됐다. 범정부 차원에서 판단하고 대처해야 할 남북 관계를 소수의 비선 조직이 서툴게 처리한 셈이다. 더욱이 안씨는 공직자가 아닌 민간인이었다. 이 실장이 그런 결정을 내릴 위치에 있는지도 의문이다.

정부는 이후에도 계속된 이 의원의 대북 접촉과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방북에는 개입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의원이 앞서 대북 접촉에 깊숙이 관여한 점을 생각하면 정부 쪽과 어떤 식으로든 의사소통이 있었을 법하다. 정부가 ‘당의 일’이라며 오불관언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오히려 남북 관계를 책임지는 주체로서 무책임해 보인다.

남북 정상회담도 필요하고 대북 접촉도 더 활발해져야 하지만, 기밀에 부칠 일일수록 더 무겁고 치밀하게 추진해야 한다. 정부는 억울하다고 할 게 아니라 이번 논란을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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