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3.30 17:44
수정 : 2007.03.30 17:44
사설
내일 서울에서 여수 외국인 보호시설 화재 희생자 49재가 벌어진다. 지난 2월11일 감옥 같은 보호시설에서 목숨을 잃은 10명의 외국인들을 추모하고 반인권적 단속·추방 중단, 미등록 이주 노동자 합법화 등을 요구하는 자리다. 반성과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이뿐이 아니다. 유엔 이주자 인권 특별보고관은 지난 20일 이 사건을 계기로 이주민 보호장치 마련을 촉구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도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상과 대책을 요구하는 공개 편지를 보냈다.
이땅의 이주 노동자는 ‘한국의 양심’을 찌르는 날카로운 가시와 같다. 외면할수록 고통이 커지고 상처가 깊어진다. 그들의 고통을 돌아보는 것은 우리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더는 이주민들이 피눈물을 흘리며 이땅을 등지게 해선 안 된다.
마침 법무부가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법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과 고용허가제에 따른 인력송출 양해각서를 맺은 나라의 국민들이 자진 출국해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다시 입국하게 해 주는 내용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법무부 집계로 20만명에 이르는 미등록 이주 노동자 가운데 35% 가량이 혜택을 본다. 중국과도 곧 양해각서가 체결될 전망이어서, 혜택을 보는 이들이 전체의 80%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재입국이 확실히 보장된다면, 유력한 합법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몇 가지 보완이 필요하다. 이땅에서 오래 산 이주민들에게 한국은 제2의 생활 터전이다. 누구나 삶의 터전을 옮기는 건 쉽지 않기에, 재입국까지의 기간은 가능한 한 짧게 잡아야 한다. 또 체류 기간이 긴 이들에게는, 가장을 뺀 나머지 가족의 자진 출국 조건을 면제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이런 배려는 그들이 여기서 일하면서 우리 경제에 기여한 몫을 인정해 주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합법화 대상이 되지 못하는 나머지 20%의 미등록 이주민 대책도 조속히 내놔야 한다.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또다른 차별을 받게 해선 안 된다.
미등록 이주민의 합법화를 추진할 바에는 사소한 명분에 집착해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우리는 많은 국민이 생계를 위해 낯선 땅으로 떠난 이민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같은 처지로 이땅을 찾은 이들을 따뜻하게 배려해 준다면, 그들은 우리의 이민자들이 그랬듯이 열심히 일하는 걸로 보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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