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4.01 17:40
수정 : 2007.04.01 19:27
사설
서울 강남의 일부 학원들과 몇몇 온라인 강좌 업체들이 사교육비 상승의 앞잡이 구실을 하고 있다. 교육당국이 정한 학원비를 무시하는가 하면 강좌를 쪼개거나 몇 강좌를 묶음으로 수강하게 하는 등 온갖 편법을 동원해 사교육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한다. 일반 강좌와 별도로 운영되는 ‘비공개 강좌’의 강사료는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지리적 제약 없이 어디서든 접할 수 있는 온라인 강좌 수강료도 요즘엔 일반 학원에 버금가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고액 학원비는 단지 서울 강남 일부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는 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 강남 유명 학원들이 전국적인 학원망을 갖추면서 다른 지역의 학원비 상승까지 부추기고 있는 탓이다. 강남 학원 교재의 ‘짝퉁’을 만들어 학원비를 올리는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니, 고액 학원비를 그냥 둘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도 대응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지만 과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아무리 대책이 훌륭해도 현장에서 제대로 먹혀들 여건이 못 된다. 강남·서초 일대에 학원 수가 1300여 곳에 이르는데, 담당 교육청 공무원은 고작 세 사람이라고 한다. 게다가 단속 공무원에게 수사권이 없어, 학원들이 버티기로 나오면 속수무책이다. 이러니 학원들의 편법을 막을 수 있겠는가.
정부의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이번만큼은 고액 학원비를 잡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학원 밀집지역을 단속하는 데 일시적으로 담당 공무원을 늘리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다. 특히 한번 걸리면 큰코다친다는 걸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 적발되어도 벌금 몇 푼 내면 그만이어서는 고액 학원비를 없앨 수 없다. 세무조사를 통해 학원들의 과도한 이익을 환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래도 가장 효과적인 대책은 공교육 정상화다. 고액 학원들은 입시위주 교육 풍토에서 자라는 독버섯과 같은 존재들이다. 공교육의 현실과 수준은 무시한 채 이른바 ‘우수학생 선발’에만 집착하는 대학들과 일부 공교육 정상화 저항세력의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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