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패밀리사이트

  • 한겨레21
  • 씨네21
  • 이코노미인사이트
회원가입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04.03 19:17 수정 : 2007.04.03 19:17

사설

국민연금 개혁이 정부와 정치권의 무능과 무책임으로 끝내 실패했다. 5년에 걸친 사회적 논쟁과 진통의 결과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참담하다. 더구나 국민연금법은 바뀌지 않고 이와 별도로 기초노령 연금제만 받아들임으로써 연금제도가 더 기형화되었다.

따져 보면 2003년 재정 안정화에만 초점을 맞춘 정부의 개선안이 나온 것부터 잘못됐다. 노후소득의 적절성과 연금 사각지대 해소라는 본질에는 접근하지 않고, 보험료 인상과 연금급여 삭감만을 주장한 것이 문제였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부임 이후 기초노령 연금제를 사각지대 해소의 보완책으로 내놓았으나 이는 또다른 독단의 연장에 불과했다. 심지어 총리실에서 연석회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추구하는 움직임에까지 제동을 걸며 복지부와 유 장관의 단독 작품으로 처리하려 했던 것이 정부의 결정적 잘못이었다.

정치권은 무지와 정략으로 일관했다. 열린우리당은 유 장관의 안을 받아 국민연금법과 분리된 기초노령 연금법안을 내놓아 오늘의 희극 같은 결론을 내게 한 장본인임을 자처했다.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민주노동당, 한나라당 및 가입자 단체 3자 공조안이 극적으로 탄생함으로써 국민적 합의를 이룰 기회조차 방기한 것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기초연금제 도입의 공적을 한나라당에게 줄 수 없다는 정략이 깔려 있었다고 봐야 한다.

한나라당의 파격은 시종 혼란스럽게 했다. 감세와 복지 축소를 근간으로 하는 한나라당의 정체성과 달리 소득대체율 20%의 기초연금제를 연금개혁 초기부터 들고 나왔다. 민주노동당과 공조까지 하며 가입자 단체의 제안을 전격 수용한 한나라당이, 본회의에서 공조안이 부결된 뒤 열린우리당의 기초노령 연금제 원안에 대부분 찬성표를 던진 건 또다른 무소신과 당리당략의 결과다.

결국 왜곡된 국민연금제에 기초노령 연금제가 얹히는 기형적 모습이 나타났다. 그나마 기초노령 연금제는 추가적인 재원 부담과 소득 파악의 어려움으로 제대로 시행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정략, 무소신과 독선에 사로잡힌 정부와 정치권에 연금개혁을 맡길 수 없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정치·사회·경제 주체들이 모인 새로운 사회적 합의 기구를 만드는 것에서부터 제대로 된 개혁을 시작해야 한다. 다만 한가지 위안이 되는 건 그동안 개혁 방향과 방안에 대한 이견 폭이 상당히 좁혀졌다는 사실이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