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4.03 19:17
수정 : 2007.04.03 19:17
사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논란이 협상 타결로 2단계 국면에 들어섰다. 철저한 검증을 통해 비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정말 중요한 과정이 국민과 국회 앞에 가로놓였다.
정부는 협상 타결을 선언하면서 개괄적인 내용을 공개했다. 하지만 세부적인 합의사항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많다. 예컨대 자동차의 경우 관세철폐 일정만 공개했지 수입차에 국내 환경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은 자세히 밝히지 않았다. 유전자 변형 생물체(LMO)도 마찬가지다. 보도자료에는 없지만 수입승인 절차와 안전성 검사를 생략하기로 했다. 국제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생물 다양성 협약에 배치되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에 농민의 희생을 바탕으로 기업들의 수출 기반을 넓혀줬다. 영화·유선방송 등 문화영역도 경제를 앞세워 뒷전으로 밀렸다. 일반 국민 역시 비싼 약값을 치러야 하는 보이지 않는 피해 당사자다. 그런데도 이들은 협상·합의·검증 등 모든 과정에서 소외되고 있다.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체감조차 못하고 있다.
한덕수 총리가 5월에 협정문안을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너무 늦다. 원문 그대로가 아니라도 구체적인 내용을 하루빨리 밝혀야 한다. 그래야 불필요한 논란을 줄이고 국민들이 검증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정부는 또 이달 말까지 협정 체결의 영향을 분석하겠다고 밝혔다. 마찬가지다. 검증과 평가를 받아야 할 정부가 영향을 분석하는 주체가 돼서는 안 된다. 독립된 전문가들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오는 6일 국회 자유무역협정 특위에 협상 결과를 보고한다. 지금까지 모든 정보를 독점하면서 협상을 비공개로 이끌어 왔던 정부는 이것도 열람만 하는 비공개를 조건으로 했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것을 국회와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줘야 한다. 미국은 30여 분과의 민간 자문위원회가 분야별 검토 작업을 거쳐 30일 안에 의회에 보고서를 제출한다. 자문위원회 소속 인원만 700여 명이다. 중대한 내용을 담은 협정문안을 정부만 붙들고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구체적인 정보를 조속히 공개하고 국회와 민간 주도로 세부 내용 검토에 들어가야 한다. 검토 결과 국익에 맞지 않으면 당연히 비준을 거부해야 한다. 그러려면 구체적인 검토가 이뤄질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일반 국민들에게 실제로 어떤 이득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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