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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4.04 17:31 수정 : 2007.04.04 18:57

사설

노무현 대통령은 그제 대국민 담화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정치의 문제도 이념의 문제도 아닌 먹고사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협정과 한-미 동맹 강화 효과를 연결시키는 목소리가 정부 안팎에서 적잖게 나오고 있다. 무리한 협정 추진과 한국에 불리하게 끝난 협상 결과를 호도하려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자유무역협정이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경우는 협정 내용이 두 나라에 골고루 이익을 줘 양쪽 국민으로부터 전폭적 지지를 받는 때에 국한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협상 결과는 상생 요인보다는 우리 국민에게 고통을 줄 내용을 훨씬 많이 포함하고 있다. 우리가 많은 피해를 감수하지 않는 한 협정 비준이 어려울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동맹 강화를 얘기하는 건 국민을 모독하는 일이다.

보수세력이 말하는 동맹 강화론의 의미 또한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들은 지난 몇 해 동안 한-미 합의로 이뤄진 동맹 재편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이들은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도 한국이 미국 강경파와 다른 목소리를 낸다고 비난해 왔다. 겉으로는 한-미 공조를 내세웠지만 미국의 목소리가 관철되는 종속적 동맹을 주장해 온 것이다. 이런 동맹을 경제에 확장하는 것이 한-미 경제 일체화이고,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그 주요 수단으로 거론돼 왔다. 이들이 협정 타결에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

이런 논리는 자유무역협정 추진 근거로는 물론이고 국가전략으로도 타당하지 않다. 미국 중심의 동북아 질서 재편에 한국이 편승하는 것을 전제함으로써 스스로 입지를 손상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동북아 평화구조 구축 및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을 지향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미 동맹 재편과 아시아 나라들과의 관계 강화를 균형 있게 추구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다. 성숙한 한-미 동맹을 유지하되, 미국과 일체화함으로써 동북아 나라로서 정체성을 약화시키는 일은 피해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한-미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클수록 대미 협상력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한-미 동맹은 중요하지만 우리 안보의 한 요소일 뿐이다. 최근 진전을 이룬 6자 회담에서 보듯이 핵심은 우리 스스로의 역량과 판단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내용이 좋으면 자연스럽게 동맹이 강화될 순 있으나 그렇지 못한 것을 동맹 강화를 빌미로 밀어붙이려 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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