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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4.04 17:31 수정 : 2007.04.04 18:56

사설

자유무역협정(FTA)이 비록 거스르기 힘든 세계적 추세라고 하더라도 경제대국 미국과의 협정 체결은 위험 부담이 크다는 것까진 부인할 수 없다. 일본 등 다른 나라들이 미국과 협상을 주저하는 것도 장래의 위험지수를 고려해서다. 설령 당장 유리하게 보이는 측면이 있다고 판단하더라도 장차 국가경제에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더군다나 투자자-국가 소송제 도입 등으로 경제주권을 일정 정도 내주면서까지 쫓아야 하는 미국식 자본주의 모델이 낳을 국내적인 파장을 가늠하기 어렵다. 위험한 도박이라고도 할 만하다. 많은 전문가들이 미국과의 졸속적이고 준비 없는 협정 체결을 반대해 온 이유가 여기 있다.

그러나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이 타결된 직후 정부나 정치권, 보수언론이 보여주는 모습은 한마디로 가관이다. 협정문안이 나오지도 않았는데도 성공적인 협상이라고 발빠르게 자평하고 자축하고 있다. 신종 서비스 산업은 자동적으로 개방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도입한 것이나 미국에서 도축한 캐나다나 멕시코 소가 미국산으로 둔갑할 우려가 있는 등 여러 독소조항들이 잇따라 드러나는데도 정부는 “결과는 판정승이었다”고 ‘용감하게’ 주장한다. 더구나 협상 이전부터 4대 선결조건을 양보하고 막판에도 미국 쪽의 협상시한 연장 카드에 끌려다니는 등의 행태를 보였는데도 “협상 주도권은 우리에게 있었다”(국정브리핑)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렇게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려 할 게 아니다. 백 번 양보해서 협상이 비교적 잘 됐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국민들이 차분히 평가할 문제다. 협상 주체인 정부가 자화자찬하는 건 주제넘는 처사다.

“원군도 없이, 때로는 지지세력으로부터 돌팔매를 맞으며 노 대통령은 묵묵히 한-미 에프티에이를 밀어붙였다”(국정브리핑) “담화를 봤더니 정말 대통령답더라”(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등 때 아닌 ‘노무현 찬가’도 흉하다. 협상대표단을 불러 보고를 듣는 자리에서 이들을 “영웅” “전사”라고 칭송하는 열린우리당 지도부를 보면 이들이 국민의 대표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가벼워도 너무 가볍다. 보수언론의 일방적인 평가서만 보고 답안지 채점 없이 미리 상장부터 주는 격이다. 정부든 정치권이든 지금은 일방적인 대국민 홍보에 열을 올릴 때가 아니라, 협정의 타당성을 면밀히 점검하고 열린 논쟁을 이끌어내는 데 힘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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