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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4.08 17:23 수정 : 2007.04.08 19:30

사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 이후 겉보기에 국회의 움직임은 꽤나 활발하다. 국회 에프티에이특위뿐 아니라 통외통위와 농해수산위, 문화관광위 등 관련 상임위가 잇따라 에프티에이 협상 결과를 보고받고 대책을 논의하는 등 부산을 떨었다. 그러나 한꺼풀만 벗기면 속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협정문 원안도 보지 못한 채 정부의 ‘껍데기’ 보고만 듣고 공허한 갑론을박만 했을 뿐이다.

더 큰 문제는 협정문이 공개되고 난 이후다. 함정 투성이의 복잡하고 방대한 내용의 조문들을 국익 차원에서 꼼꼼히 진단할 능력이나 시스템을 우리 국회는 전혀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설치한 에프티에이특위는 무늬만 특별위원회이지 아무런 권한도 없는 임의기구에 불과하다. 그나마 활동은 6월 말로 끝난다. 헌법에 따른 에프티에이 국회 비준 동의를 위한 법적 절차는 통외통위에서 하게 되지만, 통외통위에 그럴 만한 역량이 있다고 보는 사람은 없다.

사실 통외통위에서 잔뼈가 굵은 국회의원이라도 전문적인 협정문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문가도 혀를 내두를 판에 국회의원 개개인이 어떻게 협정문의 의미와 그것이 가져올 결과를 알 수 있을까. 국회가 각 분야의 전문가에게 세부적인 판단과 사전 점검을 맡기는 검증시스템을 서둘러 도입해야 하는 까닭이다.

미국은 이미 독립기구인 무역위원회(ITC)뿐 아니라 업계로 구성된 30개 민간자문기구의 전문가 700여명이 에프티에이 협정문안을 놓고 득실을 세밀하게 따지고 있다. 양쪽은 평가보고서를 30일 안에 의회와 대통령에게 제출하도록 돼 있다.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의회 검증시스템의 일부인 셈이다. 의회는 이를 토대로 동의 여부만 결정하면 된다. 굳이 정부 관계자들을 불러 목소리를 높일 이유가 없다.

국가 장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한-미 에프티에이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우리 국회도 바짝 긴장해야 한다. 지금처럼 협정문 공개나 후속 대책 마련만 정부에 촉구해선 안 된다. 우선 협상 과정부터 검증과 비준 동의에 국민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통상절차법 제정부터 서둘러야 한다. 또 각 분야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국회에 설치해, 국민의 자세에서 철저하게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현 상태라면 거수기로 전락할 게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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