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4.08 17:23
수정 : 2007.04.08 19:30
사설
생명보험협회가 업계 공동으로 사회공헌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지난주 발표했다. 삼성·교보생명이 앞으로 20년 동안 지정 기부금 한도액의 30%를 해마다 내는 등 회원사들의 기부금으로 1조5000억원 규모의 공익기금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순수한 사회공헌 사업이라면 환영할 일이지만, 이번 방안은 생보사 상장 문제를 생보사에 유리하게 풀기 위한 꼼수로 보인다.
생보사 상장 문제는 삼성·교보생명이 적자 누적으로 자본 확충이 필요했을 때, 주주들이 증자하는 대신 계약자 몫을 사실상 자본금으로 쓴 데서 비롯한다. 따라서 생보사가 상장을 하려면, 그 계약자 몫을 이제 주식으로 나눠줘야 한다는 게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국민의 정부 시절엔 금융감독 당국도 이를 원칙적으로 인정하고 상장안을 만들었으나, 생보사의 반대로 상장안이 확정되지는 못했다.
그런데, 참여정부 들어 새로 만들어진 생보사 상장자문위원회는 “생보사들은 계약자들에게 애초 몫에 이자만 덧붙여 주면 된다”는 전혀 다른 결론을 내렸다. 이에 반발이 만만치 않자 생보사들은 공익기금 출연으로 반발을 다독거리고, 상장을 서둘러 매듭짓는 방안을 고민해온 게 사실이다. 협회는 이번 안이 생보사 상장과는 무관하다지만, 삼성·교보생명은 기부금 한도액의 30%를 내고 다른 생보사들은 기부금 한도액의 5~10%만 내기로 한 것에 그런 의도가 담겨 있다.
생보협회의 안은 생보사 상장 문제를 마무리짓기에는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20년에 걸쳐 기금을 출연한다는데, 중간에 어느 회사가 출연을 거부해도 이를 강제할 길이 없다. 또 세전이익은 그때 그때 경영사정에 따라 달라지는 것인데, 세전이익에서 몇 %를 떼어 출연한다는 점도 기금조성액이 얼마나 될지 알기 어렵게 한다. 기금의 용도도 매우 넓게 돼 있어서 제대로 사회공헌 활동에 쓰일지 장담하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계약자들의 희생을 통해 생보사들이 얻은 이득에 견줘, 기금 규모가 너무 작다.
생보사가 옛 계약자들을 일일이 찾아 보상하기 어려운 점도 있는 만큼, 생보사가 계약자 몫을 사회공헌 기금으로 내는 것도 상장에 동의를 얻을 수 있는 한 방법이긴 하다. 그렇다면 상장 문제를 풀기 위한 기금 출연임을 당당하게 밝히고, 그에 걸맞은 규모를 믿을 만한 제 3의 기관에 내는 것이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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