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4.08 17:24
수정 : 2007.04.08 19:30
사설
‘특수고용직’이라고 불리는 노동자들이 있다. ‘특수’라는 낱말이 어떻게 들릴지 모르지만, “특수하게 불리한 처지에 놓인 노동자”들이다. 노동자가 분명하지만 특수한 고용형태 때문에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을 뜻한다. 학습지 교사, 경기 보조원, 보험 모집인, 레미콘 및 화물운송 기사, 애니메이터, 텔레마케터 등 대략 200만명쯤으로 추산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특수고용형태 종사자는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인 만큼, 노동법적 보호 방안은 적절하지 않다”며 특수고용 노동자와 관련한 노사정 대화를 거부했다. 이에 따라 노동부가 4월에 입법하려고 했던 특수고용형태 종사자 보호방안은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특수고용직 노동자 중에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내용과 형식에서 모두 노동자였다가 고용형태가 점차 자영업자에 가깝게 변화된 사람들이 많다. 기업이 노동법상의 책임을 덜고 각종 보험에 대한 부담을 없애는 등 노동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점차 자영업자 형태로 계약을 바꿔버린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회사의 지시에 따라 교육이나 회의에 참석해야 하고, 회사가 정한 시간에 출근해야 하며, 지시를 불이행할 경우 불이익 조처를 받는 등 노무 제공의 시간과 장소에 대한 선택권이 없다. 거래처를 자유롭게 개척하는 것도 차단되는 경우가 많다. 사용종속성과 경제의존성을 지니고 있어 노동법상 노동자로 보는 데 문제가 없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노동력을 제공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에게는 모두 노동조합을 조직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게 일반적이다. 독일에서는 주유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에게도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인정한다. 석유를 공급하는 정유업체 등에 의해 영업방식이나 노무형태가 영향을 받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보험 모집인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면 보험회사들이 퇴직금을 지급하느라 모두 도산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기업의 경영 사정을 고려해 노동자 권리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 영향을 받는 것은 옳지 않다.
한편 특수고용 노동자들 스스로도 노동자라는 인식을 갖고 노동자성을 인정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드물게 신분상승에 성공하거나, ‘사장’이라는 호칭 때문에 노동자가 아닌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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