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4.09 17:55
수정 : 2007.04.09 19:07
사설
초·중학교의 여성 교사 편중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서울 초등학교의 여교사 비중은 지난해 82%를 넘어섰다. 1986년보다 14%포인트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24살 이하 신임교사 가운데 여성은 초등학교 95.6%, 중학교 95.4%에 이른다. 머잖아 여교사 90% 시대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초등학교에선 남성 담임을 만나는 것이 로또 당첨에 비교되며, 중학교에선 여선생님들이 남학생 지도에 애를 먹다가 학교를 그만 두는 경우도 없지않다.
서울시교육청이 최근 의무교육 과정인 초·중학교 교사 임용과정에서 남성 교사를 최대 30%까지 선발하도록 하는 제도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런 고충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일종의 초·중학교 교원 남성 할당제다. 학교가 지식 전수에 그치지 않고, 성역할을 포함한 전인교육을 시행하고 실천하는 곳이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고민해 볼 여지가 없는 제안은 아니다. 사춘기 남학생에게 교사는 엄격한 스승 이외에 함께 고민을 나누는 선배이자 친구로서의 구실도 요구된다.
그러나 확충의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손쉬운 할당제에 기대려는 것은 편의주의적 발상이다. 공무원 임용 때 적용되는 양성평등 채용 목표제를 근거로 제시하기도 하지만, 이 제도는 여성뿐아니라 남성에게도 공히 적용된다. 여성 차별이나 편견을 해소하려고 한시적으로 도입하긴 했지만, 직렬에 따라서는 남성도 혜택을 받는다. 게다가 예비교사를 양성하는 교대에서는 학교별로 25~40% 남학생 할당제를 시행하고 있다. 임용에서도 할당제가 시행된다면 역차별이 아닐 수 없다. 군 가산점처럼 위헌 결정도 피하기 힘든다. 미국(88%), 이탈리아(95%), 오스트리아(91%) 등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의 초등학교에서도 여교사 편중현상이 심각하지만, 남성 할당제를 한다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교육 당국은 번거롭더라도 원칙을 지켜야 한다. 여교사 편중현상은, 우수한 여학생은 교직을 선호하지만 우수한 남학생들은 교직을 기피하는데서 비롯됐다. 차별 때문이 아니다. 따라서 정책의 초점은 좋은 남학생들이 교직에서 비전과 전망을 찾게끔 하는데 맞춰져야 한다. 그러자면 교직을 좀스런 일로 여기는 남성들의 편견을 부추기는 풍토부터 교육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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