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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4.09 19:33 수정 : 2007.04.09 19:33

사설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인혁당 재건위) 사건 희생자들에 대해 정부가 사과의 뜻을 비쳤다. “국가가 과거의 잘못을 밝히고 사과함으로써 훼손된 국가권력의 도덕성과 신뢰를 다시 세울 수 있다”는 법무부 장관의 언급은, 장차 국가 차원의 공식 사과와 희생자들의 완전한 명예회복으로 이어지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사형 집행 32년 만에 처음으로 사형집행장이었던 서대문형무소에서 열린 추모식에 법무부 장관이 정부를 대표해서 추도사를 내놓은 것도 정부의 바뀐 자세를 보여준다. 법무부 장관은 인혁당 재건위 사건의 ‘조작’이 밝혀진 과정을 설명하면서, 자신의 추모식 참석이 이런 “뼈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정부 차원의 약속이라고 밝혔다. 법률 절차를 따지거나 “어쩔 수 없는 시대 상황” 탓으로 돌리던 그동안의 자세와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그런 점에서 이는 지난 1월 대법원이 이 사건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해 희생자들에게 사법적인 명예회복을 한 데 이은 또 하나의 진전이다.

물론, 여기서 멈출 일은 아니다. 법무부 장관이 강조한 대로 아픈 과거를 용서와 화해로 극복하려면 과거의 잘못을 앙금 없이 드러내고 바로잡는 게 순서다. 이는 인혁당 사건에만 한정해서도 안 된다. 대법원 조사를 보면, 군사정권 시기 시국사건 6천여건 가운데 고문과 가혹행위 등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의심되는 사건이 224건에 이른다. 그 가운데 재심 판결로 억울함을 인정받은 것은 인혁당 사건과 함주명씨 조작간첩 사건 정도에 그친다. 인혁당 사건만 하더라도 당시 사형이 집행된 희생자 8명에 이어 무기징역과 징역 20년형 등을 선고받은 14명이 법원에 재심을 청구해 놓았다. 따지고 보면 인혁당 사건만큼 어이없고 가슴 아픈 이야기가 또 얼마나 많겠는가. 유신정권 당시의 긴급조치 판결을 무효화할 수 있는 입법 조처 등을 시급히 검토해야 할 필요성은 여기에 있다.

사법부도 ‘사법 살인’이라는 씻기 힘든 오욕의 역사에 대해 더욱 적극적인 성찰과 고백이 있어야 한다. 도덕성과 신뢰를 다시 세워야 할 필요는 사법부에도 절실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런 성찰이, 유족과 희생자들의 고통과 회한을 끌어안기는커녕 정치적 의도를 트집잡는 정치권에도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면 무엇보다 과거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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