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04.10 17:53 수정 : 2007.04.10 18:53

사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경제 5단체가 그제 정부의 노동정책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노동정책이 노동계의 요구를 여과없이 수용하고 있다는 게 이유다. 이들은 비정규직 실태조사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한 점, 특수고용직 관련 법안 제정 움직임, 연령차별 금지, 육아 관련 노동정책을 이런 본보기로 들었다. 아무리 사용자 이익을 꾀하는 단체들이라 해도 이 정도를 노동 일변도 정책이라고 하는 건 심하다.

노동 문제에서 사용자 단체와 노동 단체가 의견 일치를 보이는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사회 구성원이 대체로 동의하는 기준 또는 원칙은 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누구나 공감하는 것 한가지는 노령화와 저출산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연령차별 금지 방안, 육아기 노동시간 단축제 같은 방안이 바로 이런 대책 차원에서 제시된 것임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다. 기업만은 노령화와 저출산 문제를 피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비정규직 실태조사위 설치 문제나 특수고용직 대책도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인 비정규직 차별 완화를 위해 제기되는 것들이다. 비정규직 차별은 사회 양극화와 하위 계층 빈곤화의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사회 통합을 촉진하고 계층 갈등과 대립을 최소화하려면 양극화와 빈곤화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 게다가 시행을 앞둔 비정규직 관련 법률은 허점이 너무 많아 비정규직 보호를 기대하기 곤란한 지경이다. 경총은 올해 초 이런 허점을 정리한 책자를 회원 기업들에 뿌리기까지 했다.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특수고용직 관련 법안도 노동계의 요구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이런 현실을 모를 리 없는 재계가 갑자기 노동정책을 비판하는 속셈은 비정규직법 시행령 제정 등 민감한 정책 결정을 앞두고 정부를 압박하자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정부가 재계의 주장 가운데 타당한 부분은 반영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이런 의도가 일단 먹혀드는 것 같다.

지난달 23일 미국 하원의원 16명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비정규직 관련 법률과 개정 노동법이 국제 기준에 못미친다며 개선을 촉구하는 편지를 보낸 바 있다. 그들의 의도가 무엇이든 지적만큼은 그르지 않다. 미국 의원들도 아는 사실을 외면하는 재계가 노사 문제를 합리적으로 논의할, 책임있는 당사자가 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