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4.12 21:51
수정 : 2007.04.12 21:51
사설
에스케이(SK)가 지배구조 투명화를 위해 그룹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복잡하게 얽힌 계열사 사이 출자 관계를 정리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추게 됐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를 계기로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편법 2세 상속 등으로 비난받아 온 재벌기업들의 낡은 행태가 사라지기를 기대한다.
재벌기업들은 그동안 계열사들끼리의 복잡한 출자 관계를 이용해 경제적 지배력을 강화시켜 왔다. 특히 ㄱ이 ㄴ에, ㄴ이 ㄷ에, ㄷ이 다시 ㄱ에 출자하는 계열사 순환출자는 존재하지 않는 가공의 자본을 만들어냄으로써 적은 지분을 가진 그룹 총수의 지배권을 강화하고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가능하게 하는 방편으로 이용돼 왔다. 또 2세에게 회사 경영권을 편법 상속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돼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의 이재용 전무와 현대차의 정의선 사장이다. 그럼에도 재계는 출자총액 제한제도(출총제) 등 순환출자를 막고자 하는 정부의 노력이 투자를 위축시켜 경제 활성화를 막는다고 비판해 왔고, 다각적인 정관계 로비를 통해 순환출자 금지를 뼈대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을 무산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법 개정 여부와 상관없이 순환출자 등 재벌기업들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는 사회적으로 더는 용인될 수 없는 상황에 와 있다. 10대 그룹 중 엘지와 지에스가 이미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등 기업 31곳이 지주회사 체제를 갖춘 상태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사회 체제가 선진화돼 가면서 불투명하고 낡은 지배구조의 틀 안에 계속 머무를 수는 없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출총제 등이 기업 투자를 위축시킨다는 주장은 재계 전체를 대변하는 목소리라고 할 수 없게 됐다. 삼성, 현대차 등은 정부 규제를 탓하기 전에 한국의 대표기업답게 시대 변화에 부응해 스스로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지배구조 투명화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더불어 지주회사로 전환한 기업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정부 차원의 노력도 중요하다. 지주회사는 자회사 주식 총액이 자산의 50%를 넘어야 하는 등 요건이 엄격해 무분별한 사업 확장이 어렵다. 반면 기존 재벌기업들은 아직도 계열사를 동원해 기업 인수합병 등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을 수 있는 상태다. 경제구조의 투명화와 선진화를 이루자면 정부와 기업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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