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4.13 18:42
수정 : 2007.04.13 18:42
사설
서울 원지동 추모공원 건립을 둘러싼 서울시와 지역 주민들의 소송에서 대법원이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다. 서초구 원지동에 화장장과 납골당을 짓겠다는 서울시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서초구 주민들의 법정 싸움이 5년여 만에 서울시의 승소로 끝난 것이다. 내 고장에는 이른바 혐오시설을 건립해서는 안 된다는 지역 이기주의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수도권의 화장시설은 이미 한계에 닥쳤다. 원지동이 아니라도 어딘가 들어서야 한다. 그렇다고 작게 쪼개서 구마다 하나씩 지을 수도 없다. 동마다 서로 못 받겠다고 하면 결국 갈 곳이 없다. 추모공원만이 아니다. 양천구 목동 쓰레기소각장은 다른 구 쓰레기를 받지 못하겠다는 주민들의 반대로 소각로의 태반을 놀리고 있다. 이런 식으로는 해법이 없다. 아무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는 지역 이기주의는 사라져야 한다.
대법원 판결로 추모공원 설립을 위한 법적 제약은 없어졌다. 그러나 서울시는 건립 의지가 없어 보인다. 2003년 서초구 주민들과 종합병원과 화장장을 같이 건립하겠다고 한 합의에 매여 있기 때문이다. 건설교통부는 추모공원 용도로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했기 때문에 병원 건립을 허용할 수 없다는 태도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일차적으로는 지역주민들의 이기주의의 탓이 크다. 그러나 소신과 원칙 없이 주민들에게 끌려다닌 서울시의 책임도 적지 않다. 서울시는 특히 관할 부처와 사전 협의도 않고 병원 건립을 약속해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다른 지역 쓰레기를 받지 않겠다고 성급하게 약속했다가 분쟁의 불씨를 키운 목동 소각장 사태와 닮은 꼴이다. 언제까지 미봉책으로 일관할 것인가.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난 이상 원지동에는 애초 취지대로 추모공원이 들어서야 한다. 주민들과의 병원 건립 합의를 전제로 해법을 찾아서는 안 된다. 서울시는 요즘 무능하고 무사안일한 공무원 3% 퇴출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시 간부들이 중요 정책에 대해 얼마나 소신과 원칙을 관철시켜 가고 있는지 의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목동 소각장 문제를 상반기 안에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대법원에서 승소한 추모공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무능 공무원 퇴출에 팔을 걷고 나선 오 시장이 얼마나 소신있게 이 문제를 처리할지 일천만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