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4.13 18:42
수정 : 2007.04.13 18:42
사설
미국에서 시행하는 영어 토플시험을 보려는 한국 수험생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고 한다. 시험 방식이 바뀌면서 응시할 수 있는 인원이 많이 줄어든데다, 한국에서는 오는 7월 치를 예정인 시험의 원서 접수 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진 탓이다. 이 때문에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곤란해지는 사태도 벌어질 판이다. 때아닌 ‘토플 대란’은 아마도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기현상일 것이다. 안타깝고 서글프기까지 하다. 한국인들의 영어 집착, 미국 유학 집착, 미국 시험 기관에 대한 집착을 이 사태가 뭉뚱그려 보여주기 때문이다.
국내의 토플시험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유학생도 계속 늘고 있으며, 입학 사정 때 토플시험 성적을 반영하는 특수목적고와 대학도 많아졌다. 이 때문에 중학생 때부터 토플에 응시하는 일이 흔해졌고, 심지어 초등학생들도 이 시험을 본다고 한다. 토플 점수가 영어성적의 유일한 척도인 양 행세하는 지경이다.
하지만 한국의 토플 수요에 비하면 시험주관 업체인 미국교육평가원의 서비스는 크게 떨어진다. 이번에만 해도 많은 학생들이 7월 시험 원서접수를 위해 며칠씩 인터넷에 매달려 있었으나 뒤늦게 한국에서는 접수를 받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고 한다. 미국교육평가원은 논란이 일자 어제 잠깐 접수를 받았다고 한다. 수험생들로서는 분노할 일이지만, 그렇다고 미국 기관만 탓할 것도 못된다. 이 기관에서 주관하는 미국 대학 수학능력 시험(SAT)이나 대학원 진학용 시험(GRE)을 치르는 한국 학생들의 부정 의혹이 얼마 전 제기된 바 있다. 한국 수험생들이 푸대접을 받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푸대접을 받지 않으려면, 토플시험 집착에서 벗어나는 것이 최선이다. 미국 유학을 가려면 어쩔 수 없이 토플을 봐야겠지만, 외고나 대학에서까지 굳이 이 시험을 표준으로 삼을 이유는 없다. 국내 교육기관들의 각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참에 국내에서 표준적인 영어시험을 개발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서울대에서 만든 텝스 같은 시험이 있지만 토플을 대체할 정도는 못된다. 그렇다면 국내 주요 대학들이 공동으로 시험을 개발하고 정부나 기업 등에서 지원해 정착시키는 방안 따위를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이제 어른들이 나서, 학생들이 토플 접수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이 더는 없게 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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