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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4.15 17:55 수정 : 2007.04.15 19:07

사설

한국전쟁 당시 미군에 의한 민간인 집단학살 사례가 경북 포항 송골해변 등 5곳에서 있었던 사실이 미국쪽 자료를 통해 확인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이미 비밀 해제된 문건을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하지만 충남 아산 둔포의 창고에 피신해 있는 마을 주민 300여명이 전투기 폭격으로 숨진 사실 등은 새롭게 확인된 것들이다. 노근리 사건 이후 제기된 60여건의 민간인 집단학살 사례들이 하나둘 미국쪽 자료들을 통해 확인돼 가고 있는 셈이다.

미군의 민간인 집단학살 사례는 역사적 자료나 생존자 증언 등을 통해 정황이 확인된 것들이 많다. 그러나 미국이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사례는 충북 영동 노근리 사건뿐이다. 그것도 우발적 총격에 의한 ‘사소한 실수’로 결론을 내버렸다. 미국은 심지어 전투일지 등 미군 자료를 통해 확인된 사례에 대해서도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공개된 존 무초 당시 주한 미국대사의 편지도 광범한 민간인 학살이 있었을 가능성을 잘 보여준다. 국무부에 보낸 그 편지에는 “피란민이 방어선 북쪽에 출현한다면 경고사격을 받고, 그래도 남하한다면 총격을 받게 될 것이다”라고 돼 있다. 무질서한 피란민 실상을 고려할 때 많은 수의 무고한 살상이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최근 보도들을 보건대 미국은 사건 실태를 밝힐 수 있는 충분한 자료들을 갖고 있다. 생존자들도 있는 만큼 미국의 의지만 있다면 진상 규명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미국의 태도는 불성실함을 넘어 진실을 감추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한 명의 미군 유해라도 찾겠다고 전세계를 뒤지는 미국이 무고한 민간인 학살의 진상을 외면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이미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위)가 조사를 결정한 미군 관련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이 155건에 이른다. 미국 정부는 관련 자료를 전면 공개하고 진상 규명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 역시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진실위가 관련 사건 조사에 나서고 있으나 범정부 차원의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진실위의 조사 인력도 3~4명에 불과하다. 우리 정부의 태도가 분명치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미국의 협조를 기대하겠는가. 적당히 넘어갈 수는 없는 사안들이다. 정부가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진상 규명에 나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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