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4.15 17:56
수정 : 2007.04.15 19:07
사설
미국내 한반도 전문가들이 9개월 동안의 논의를 거쳐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보를 위한 틀’이라는 초당적 연구보고서를 내놨다. 이 보고서는 한반도·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첫 구체적 정책 제안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리 많지 않은 미국내 한반도 전문가들이 두루 보고서 작성에 참여함으로써 앞으로 미국 정부 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2·13 합의 이후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높아진 터여서 시기도 적절하다.
제안 내용은 대체로 합리적이고 현실성이 있다. 보고서는 미국이 북한 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포괄적 해법’을 추구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그 내용으로 다섯 가지 주요 틀을 제안했다. 9·19 공동성명을 이행할 비핵화 협정, 정전협정을 대체할 남-북-미-중 4자 협정,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북-미 협정, 군사적 신뢰구축과 병력 재배치에 관한 남-북-미 3자 협정, 동북아 안보협력 기구에 관한 6자 협정 등이 그것이다. 각 협정에 포함돼야 할 세부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적시해 바로 정책화할 수 있게 한 것이 보고서의 큰 장점이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미국내 전문가들이 미국 정부에 제안한 것일 뿐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할 수 있는 남북한 협정이 ‘다른 지역 협정들’이란 항목의 일부분으로만 다뤄졌다. 또 정전협정을 대체할 협정의 핵심 주체도 남북한이 아니라 한국전쟁 교전 주요 4개국으로 설정됐다. 보고서는 1990년 ‘2+4 조약’(동·서독+미국·영국·프랑스·소련)과 이 협정을 비교하고 있으나, 2+4 조약은 이미 이뤄진 독일 통일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 협정과는 성격이 다르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해 총론에서는 각국의 의견이 일치하더라도 각론에서는 논의가 간단치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보고서는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의 임기가 끝나는 2008년까지 각국이 평화체제에 관한 구체적 합의를 도출할 것을 제의했다. 빠듯하긴 하지만 불가능한 일정은 아니다. 2·13 합의 초기단계 이행이 마무리되면 평화체제 논의는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 논의 진전의 한 열쇠는 우리가 쥐고 있다. 우리나라는 언제라도 내놓을 수 있는 자신의 안을 갖고 논의를 주도할 수 있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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