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04.17 18:41 수정 : 2007.04.17 18:59

사설

제1당인 한나라당이 내놓은 정치관계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 가운데는 기본권을 제한하는 등의 독소조항이 적지 않다. “선거일 기준 3년 이내에 국가로부터 보조금 또는 지원금을 받은 시민단체”의 선거운동을 금하기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시민단체가 정치개입을 하는 게 좋으냐는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독립적인 사회단체의 정치활동을 법으로 막겠다는 것은 독선적이고 비민주적인 발상이다. 시민단체가 받는 일부 사업 지원금은 관변단체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받는 단체운영비 지원과는 차원이 다르다. 따라서 시민단체를 관변단체처럼 대하려는 것부터가 잘못됐다.

선거운동 기간에 촛불시위를 금지하겠다는 구상도 한심하다. 시위와 집회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된 국민 기본권이다.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막연하고 자의적인 판단으로 민주주의의 요체인 의사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는 없다. 게다가 촛불시위는 통상적으로 가장 평화적인 집회 가운데 하나다.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여중생을 기렸던 지난 대선 때의 촛불시위를 의식한 듯 하지만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시위를 원천봉쇄하는 것은 독재정권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허위사실 공표에 관한 조항도 엉성하기 짝이 없다. 후보에 관한 허위사실 논란이 있을 때 법원은 72시간 안에 이를 결정해야 하며, ‘분명한 증거가 없는 한’ 언론의 보도금지 가처분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의 판단 시한을 못박는 것도 문제지만, 언론 보도금지 가처분은 너무 포괄적이어서 알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크다. “허위사실이 대선에 중대한 영향을 줬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당선 무효로 하고 재선거를 치른다”는 조항도 정치적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 이 밖에 손개표만 인정, 공무원노조와 전교조의 선거운동 처벌 등도 문제적 조항이다. 원내 제1당이며 수권정당이 되겠다고 하는 공당이 선거 승리만을 염두에 둔 채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내용을 담은 법을 마련해서야 되겠는가. 국회 논의 과정에서 걸러지길 바란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