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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4.18 18:43 수정 : 2007.04.18 19:16

사설

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의 참상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우리의 충격과 비탄은 더 깊어진다. 한 청년의 잘못된 분노 표출로 희생된 애꿎은 피해자들과 그 가족에 거듭 깊은 애도의 뜻을 밝힌다. 이번 사건으로 큰 정신적 상처를 입었을 미국민들에게도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한다. 미국 사회가 이번 사건으로 말미암은 공포와 슬픔을 하루빨리 이겨내기를 기원한다.

이번 사건이 우리에게 더욱 충격적인 것은 용의자가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재미동포 학생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이 한국인의 이미지나 미국내 한국인의 법적 지위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실제 미국 쪽 동포사회는 이번 비극에 깊은 슬픔 이상의 자괴감과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한국인 전체가 매도당할 수 있다는 이런 걱정과 달리, 미국의 대다수 언론과 정부, 식자층은 이 사건을 미국 문화 안에서 자란 한 개인의 범죄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건 원인과 관련해서도 총기규제의 문제를 우선적으로 따지고 있다. 슬픔과 분노 속에서도 냉정한 태도를 유지하는 미국 사회의 건강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으로 한-미 동맹이나 대미교역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국내 일각의 걱정은 괜한 기우일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은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미국 언론 보도를 보면 용의자 조승희씨는 주변 사람과 대화의 문을 닫은 ‘외톨이’였다고 한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훌륭하게 스스로를 일궈낸 다른 많은 동포들의 경우를 생각하면 조씨는 매우 특별한 경우에 들 것이다.

하지만 우리 이민사회에 이런 비극이 배태될 가능성이 없는지 살펴볼 필요는 있다. 조씨처럼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이민 간 ‘이민 1.5세대’는, 언어와 문화의 단절에서 오는 충격과 정체성의 혼란을 누구보다 심하게 겪는다고 한다. 생계에 바쁜 부모들이 어린 아이들과 대화하기도 쉽지 않은 게 이민사회의 현실이다. 좋은 학교 등 외면적인 성공에만 급급한 우리 사회의 성공신화가 고스란히 이민사회에 이식되면서, 많은 이들이 정신적 중압감을 겪고 있다는 연구들도 나오고 있다. 조씨가 저지른 사건을 되돌아보며 우리 사회 또는 우리 동포사회가 그러한 일탈적 행동을 낳을 수 있는 조건을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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