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4.18 18:44
수정 : 2007.04.18 19:18
사설
대구가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권을 따낸 데 이어, 인천이 2014년 아시아경기대회 개최도시로 선정됐다. 뒤늦게 유치경쟁에 뛰어들었음에도 유력한 후보였던 인도 뉴델리를 가볍게 물리치고 따낸 성과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아시아경기대회를 세번째 여는 나라가 됐다. 인천은 경제특구인 송도 새도시를 중심으로 동북아 핵심도시로 성장하려는 계획에 힘을 얻게 됐다.
하지만, 대회 개최도시 결정이 선심 공세에 큰 영향을 받았다는 지적은 짐이 될 듯하다. 선심 경쟁은 뉴델리가 참가선수단에 항공료와 숙박료를 제공하고, 회원국 마흔다섯 나라에 현금으로 20만달러씩 주겠다고 제안하면서 거세지긴 했다. 이에 맞서 인천도 그동안 대회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거나 가난한 나라들한테 스포츠 시설과 장비를 지원하고 지도자를 파견하는 일에 7년 동안 2000만달러를 쓰겠다고 약속했다. 막판에 뉴델리처럼 선수단 항공료와 체제비를 지원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전체 지출 비용으로는 인천 쪽이 훨씬 많다. ‘한국은 돈으로 국제대회를 따내는 나라’라는 나쁜 이미지가 생기지 않을까 조금 걱정이 된다. 대구시가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 경쟁을 벌일 때도 돈이 많이 드는 지원 약속을 내놓아 논란이 일었다. 대구의 경우엔 경쟁 조건이 나빴던데다, 세계 3대 스포츠 축제를 모두 개최하는 나라가 된다는 명분도 어느 정도 있었다. 국제대회 개최에 대한 중앙정부의 대규모 지원이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대회 유치경쟁에서 선심공세의 유혹을 낳는 건 아닌지도 한번 새겨볼 일이다.
이번 인천대회는 최초의 남북 분산개최 가능성 때문에 더 큰 관심을 끈다. 인천시는 북한이 경기장 시설을 갖추고 있는 탁구와 권투 등 10여 종목의 경기를 평양 등지에서 열어줄 것을 바라고 있다. 곧 특사를 파견해 협의를 시작한다고 한다. 공동개최는 아니지만, 분산개최도 성사되기만 하면 남북 화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인천은 2004년에 ‘6·15 공동선언실천 우리민족대회’를 열었고, 재작년에는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 북한 쪽 선수단과 응원단을 맞은 경험이 있다. 잘 해낼 것이라고 본다. 분산개최를 둘러싼 논의 과정에서 인천이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를 튼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다. 꼭 분산개최를 성공적으로 치러내 인천이 ‘평화’와 ‘통일’의 도시로 발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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