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4.19 18:42
수정 : 2007.04.20 13:43
사설
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문화관광부 장관과 해양수산부 장관, 법제처장, 보훈처장 등 네 부처 장관(급)과 기획예산처 차관, 행정자치부 2차관 등을 교체했다. 사퇴 의사를 밝혔던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열린우리당 당적을 가진 장관들은 정작 내각에 그대로 남았다. 취임 이후 하도 여러번 ‘찔끔 개각’을 봐 왔던터라 이번 역시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그러나 개각 과정이나 내용 등에서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 뒷맛이 개운치 않다. 먼저 대체 왜 이 시점에 느닷없이 개각을 단행했는가 하는 점이다. 노 대통령의 임기는 8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새로운 일을 벌이기보다는 하던 일을 잘 마무리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때다. 새 장관이 부처 업무에 익숙해질 때쯤 되면 그만둬야 한다. 임기 후반 개각에 신중해야 하는 까닭이다.
과거 정권에서는 임기 막판에 대통령 측근 등 그동안 신세진 사람들에게 한자리 주고, 내부 기강을 잡고자 개각을 하곤 했다. 이번 역시 그런 측면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애초 해양부 장관 자리에 청와대 수석 등이 강하게 거론되기도 했다. 또 김정복 보훈처장 내정자는 노 대통령의 후원자였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사돈관계로 밝혀졌다. 한범덕 행자부 2차관 내정자는 지난해 충북도지사 선거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한 적이 있다. 특히 전임 김성진 해양부 장관은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 뒤 열린 청와대 워크숍에서 어민의 피해를 강조했다가 노 대통령한테 강하게 질책을 받은 바 있다. 그 때문에 경질된 건 아니라고 한들 앞으로 누가 대통령 앞에서 감히 문제 제기 등 내부 비판을 할 수 있겠는가.
“오래 된 분들 중에 일정한 업무를 마무리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다”는 청와대의 설명도 이해가 안 간다. 교체된 김성진 해양부 장관이나 김명곤 문화부 장관은 기껏 장관을 맡은 지 일년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 법제처장과 보훈처장은 각각 2년3개월, 1년7개월 정도 자리에 있었지만, 재임 기간을 개각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너무 단순하고 편의적이다. 자칫 나라의 소중한 자산인 경륜과 경험을 내다버리는 격이 될 수 있다. 대통령제의 모델로 꼽히는 미국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장관들이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하고 있다는 것은 재론할 필요도 없다. 차기 정부에서라도 교훈을 삼아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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