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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4.19 18:43 수정 : 2007.04.19 21:30

사설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시행될 비정규직 관련 법률의 세부 사항을 규정한 시행령안을 어제 발표했다. 핵심은 계약직으로 2년 이상 근무해도 사실상의 정규직(무기한 계약직)이 되지 않는 직종을 확정하는 내용과 파견직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다. 시행령은 비정규직 제도 운영에서 상당히 중요하다. 잘 만들면 지난해 11월 확정된 비정규직 관련 법률의 허점을 꽤 보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시행령안은 애초 알려졌던 것보다는 나아졌으나 여전히 문제가 많다. 2년 이상 근무해도 무기한 계약직화하지 않는 예외에 박사학위 보유자가 포함됨으로써, 대학 시간강사와 각종 연구원들은 고용안정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전문직종은 정부가 나서서 보호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데, 시간강사 등의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진 이야기다. 비정규 연구원들의 고용 불안 또한 생산직이나 서비스직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심각하다. 이른바 ‘지식경제론’이 부각되면서 고급두뇌의 구실을 강조하는 최근 흐름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이밖에 정부의 실업·복지정책 차원에서 제공된 일자리도 무기한 계약직화의 예외에 포함되어, 규정의 애초 취지가 상당히 퇴색했다.

파견직 확대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는 법률 개정 때도 우려되던 바지만, 구체적인 대상 업무 목록을 보면 각 분야에서 파견직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는 단지 비정규직의 고용만이 아니라 정규직에도 직·간접 영향을 끼치는 사안이다. 파견 노동자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존 정규직의 지위도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예술과 문화 분야의 많은 업종에서 파견직을 쓸 수 있게 함으로써, 지금도 나쁜 이 업종의 고용 상황이 한층 나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는 이러고도 문화산업을 부가가치 높은 유망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의심스럽다.

정부는 시행령안이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조화시킨 것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건 아마도 정부뿐일 것이다. 법률이 확정된 뒤 여러 허점이 곳곳에서 드러났지만, 시행령안에는 이를 개선하려는 적극적 의지가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다. 노동 유연성이 곧 경쟁력이라는 집착이 여전하다. 정부는 시행령 입법예고 기간에라도 노동계과 전문가들의 문제제기를 좀더 반영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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