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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4.20 17:52 수정 : 2007.04.20 19:07

사설

지난해부터 단기외채가 급증하고 있다. 2005년 말 659억달러이던 것이 올해 3월 말엔 갑절에 가까운 1300억달러로 늘었다. 주로 은행이 빌린 것이다. 국내 수요자에게 빌려주려고 외국의 저리자금을 끌어온 것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수출업체들이 매도한 선물환을 사느라 외국계 은행 국내 지점들이 빌린 게 훨씬 많다. 선물환 거래는 계약이 만료되면 반대거래를 통해 자동적으로 차입이 해소되는 것이므로 악성 외채는 아니다. 그래도 단기외채 때문에 외환위기를 겪은 우리로서는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은행이 단기 외화차입을 크게 늘리도록 한 원인을 제공하는 쪽은 수출업체들이다. 이들은 앞으로 달러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보유 달러를 내다파는 것은 물론, 파생상품 시장에서 선물환 매도에도 나서고 있다. 일부 기업은 환위험을 회피하는 차원을 넘어, 투기적 거래에까지 나서고 있다고 한다. 위험천만한 일이다. 외환시장은 변동성이 매우 크다. 시장 흐름이 정반대로 바뀌어 달러값이 비싸지기라도 하면 치명적인 타격을 볼 수 있다.

은행 단기차입의 증가는 외환시장에도 악영향을 준다. 은행이 대규모로 외화를 빌려옴으로써 국내 달러 공급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그것이 다시 원-달러 환율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외환 거래는 은행 자율이지만, 단기외채가 급증하지 않게 당국이 은행들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외환시장이 흔들릴 경우 은행 건전성에도 문제가 생기는 만큼, 건전성 감독도 철저히 해야 한다.

최선의 대책은, 쉽지는 않지만 역시 환율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원화의 급격한 고평가는 환차익을 바라는 외국인 투자가들이 즐거워할 일이다. 그러나 수출 비중이 매우 높은 우리 경제에 득보다 실이 더 크다. 환율 하락은 최근 경상수지 흑자폭이 크게 줄고 있는 것과도 어긋나는 흐름이다. 그럼에도 수출업체들이 환율이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정부가 2003~2004년의 무리한 외환시장 개입으로 큰 손실을 본 후유증 때문에 환율 하락을 용인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이 달러로 표시한 국민소득에 집착하는 것도 이런 믿음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 외환당국은 원화 가치의 지나친 고평가를 막겠다는 강한 의지를 다시금 밝히고 이를 실행에 옮겨야 한다. 어물어물하다가는 진짜 위기가 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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