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4.20 17:52
수정 : 2007.04.20 19:07
사설
평양에서 열리고 있는 제13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가 진통을 겪고 있다. 원인은 북쪽에 있다. 북쪽은 회담 이틀째인 그제 오전 기조발언문 등을 미리 교환하자고 주장해 전체회의를 8시간 가까이 지연시킨 데 이어 뒤늦게 열린 전체회의에서도 일방적으로 퇴장했다. 이에 따라 어제 회담도 순조롭게 이뤄지지 못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중단됐다가 10개월 만에 다시 열린 회담이어서 더 실망스럽다.
이제까지 경협위 논의가 순탄했던 적은 거의 없었으나 이번 경우는 또 다르다. 북쪽이 사안별 밀고 당기기가 아니라 남쪽의 쌀 지원이 전제되지 않으면 회담 자체를 거부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태도는 민족 공동이익을 위해 남북 경협을 발전시켜 나가려고 설치한 경협위의 기본 취지에 어긋난다. 또 그러잖아도 북한의 2·13 합의 이행 지연을 우려하는 남쪽 여론을 더 비판적으로 만들 수 있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남쪽이 쌀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할 이유는 없다. 남쪽 대표단도 쌀 지원 방침을 밝히되 실행 단계에서는 2·13 합의 이행을 고려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리하고 회담장으로 출발했다고 한다. 이는 북한의 주장처럼 2·13 합의 이행과 남북 경협을 연계시키는 것이 아니라 2·13 합의가 무너져 6자 회담이 흔들리면 쌀 지원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당연한 현실 인식의 표현이다.
북쪽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경협위 논의를 소홀히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북쪽 또한 쌀 이외 문제에서는 대체로 적극적이다. 그동안 남쪽이 요구해 온 남북간 열차 시험운행과 관련해 북쪽은 앞서 실무접촉에서 먼저 날짜를 제시하는 등 진전된 모습을 보였다. 북쪽이 주장하는 경공업·지하자원 협력은 이미 12차 회담에서 별도 합의서까지 교환한 만큼 논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 북쪽이 새로 내놓은 나진선봉지구 원유화학기지 건설과 개성공단내 은행을 통한 남북 자금 결제 제안 등에 대해서도 현실성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북쪽의 심각한 식량 사정을 생각할 때 북쪽 대표단이 쌀 지원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처지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북쪽은 그럴수록 성실하게 회담에 임해야 한다. 막판까지 난항을 겪다가 여러 합의를 이끌어낸 12차 회담 때보다 더 나은 결과를 얻도록 남북 모두 끝까지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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