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4.22 18:20
수정 : 2007.04.23 09:52
사설
정치권에 맡긴 연금개혁이 실망과 허탈감을 안겨주고 있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만들어낸 합의안은 선택 가능했던 여러 조합들 중 국민 노후소득이란 관점에서 볼 때 최악이다. 정치권은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 두 가지에 대한 자신들의 주장을 절충한답시고, 국민연금 보험료와 급여 수준은 한나라당안을, 기초노령연금 수준과 적용 범위는 열린우리당안을 거의 그대로 수용했다.
이대로 되면 평균 가입기간을 기준으로 전체 가입자의 60%가 최저생계비에 못미치는 연금을 받게 된다. ‘용돈 연금’을 만들어 버렸다. 열린우리당이 외치던 재정 안정화 효과도 별로 없다. 이런 식의 연금 개혁을 국민이 원했던 것은 아니다. 법만 개정하고 보자는 발상에서 나온 졸속 합의며 정치적 야합이다. 과연 정치권에 연금제도를 다룰 최소한의 양식과 자질이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노인인구 1천만시대도 멀지 않다. 노인의 안정된 삶을 보장할 제대로 된 공적 연금제도 없이 우리 사회가 지탱할 수 없다는 건 자명하다. 공적 연금의 보장 수준이 이렇게 낮고, 나아가 공적 연금 무용론까지 확산되는 상황에 대해 정치권과 정부에서 역사적 책임을 어떻게 지려는지 엄중히 묻지 않을 수 없다.
열린우리당은 처음부터 정부를 대신해 기금 고갈과 재원 조달 불가를 외치며 국민의 노후소득을 팽개친 법안을 고수해 온 장본인이다. 한나라당은 시종일관 무책임했다. 기초연금제를 도입하기 위한 재원 조달에 설득력 있는 방안을 보여주지 못하더니, 민노당과 가입자 단체와의 공조를 가볍게 파기하고 사이비 개혁안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통합신당은 소통합이란 정치적 상황과 정책판단 능력의 미비로 슬그머니 열린우리당안에 합세해 버렸다.
정부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 용돈 연금은 만들지 않겠다고 했다. 재임 중에도 고령화 사회 대비를 줄곧 외쳤다. 그러나 기초연금 재원 마련에서 애초 입장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아 오늘의 결과를 자초했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적정한 연금재정 관리와 함께 국민들의 안정된 노후소득을 보장해 나갈 묘안은 있다. 그것을 찾아낼 지혜도 의지도 없다면 17대 국회와 참여정부는 연금개혁에서 차라리 손을 떼는 것이 낫다. 하려면 제대로 개혁하고, 못하겠으면 진정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 차기 국회와 정부에서 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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