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4.22 18:21
수정 : 2007.04.22 18:21
사설
언론노조가 전임 집행부의 비리 의혹에 휘말렸다. 노조 실무자가 3년 동안 조합돈 3억3천만원을 횡령했다고 하고, 직전 집행부의 최고위 간부들도 조합돈을 개인적으로 썼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자체 조사와, 필요하면 검찰 수사를 통해서라도 시시비비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 덮을 일도 아니고, 덮어서도 안 된다.
이는 탄생 때부터 언론개혁을 표방해 온 언론노조 운동의 특수성 때문에 더욱 그렇다. 언론노조는 노동과 언론 문제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현안에 대해 그때그때 분명하고 올곧은 주장을 펴 온, 민주노총과 진보진영의 대표적 조직이다. 조직의 규모보다는, 그 주장의 정당성을 힘으로 삼는 조직이다. 이 때문에 다른 어떤 곳보다 엄격한 도덕성과 투명성을 요구받을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의 소금 구실을 해 온 언론노조 운동 전체의 위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한 점 의혹 없이 사실이 규명돼야 한다.
노조 활동에서 잘못된 관행이 있었다면 그것도 이번 기회에 드러내 바로잡아야 한다. 연간 10억원 이상을 쓴다는 언론노조의 회계감사는 한 해에 고작 두 시간 정도 들여 끝낼 만큼 형식적이었다고 한다. 여덟 가지에 이르는 조합내 각종 기금이 한 푼도 남지 않을 때까지 집행부는 통장이나 장부조차 제대로 챙기지 않았다는 소리도 들린다. 노조 기금에서 대출해 집행부 간부의 생활비를 ‘보전’해 준 것도, 엄격히 보면 서로 ‘편의’를 봐 준 잘못된 업무 처리다. 노조가 안팎으로 도덕성과 투명성을 인정받으려면 이런 미숙한 회계처리와 편의적인 업무 태도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내부 분열로 이어지는 일만은 경계해야겠다. 언론노조 안에선 사건 처리 방향을 두고 서로 의견이 갈려 있다고 한다. 이번 사건을 힘겨루기나 언론노조 내 뿌리깊은 정치적 갈등의 표출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사건 처리 과정에선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올 만한 절차상 잘못이 있었던 것으로 지적된다. 나아가 일부에선 노조 탈퇴나 분해를 거론하기도 한다. 의견 차이를 근본적인 입장 차이로 받아들인 탓이다. 산별노조 설립 5년차인 언론노조에서 이런 분열 조짐이 나타나는 것은, 전체 산별노조 운동의 앞날에도 나쁜 전례가 될 수 있다. 언론노조의 현명하면서도 단호한 자세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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