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4.23 18:21
수정 : 2007.04.23 19:04
사설
한나라당 쪽에서 또 돈 관련 추문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도의원을 뽑는 경기도 안산 단원갑구에서는 예비후보 이아무개씨가 한나라당 공천심사를 앞둔 지난달 20일 정아무개 당원협의회장에게 1억3천만원의 현금이 든 가방 둘을 집으로 전달했다고 한다. 정씨가 며칠 뒤 돈을 돌려줬으며, 결국 이씨도 공천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공천에 즈음해 거액의 돈이 나돌았다는 사실 자체가 한나라당의 정치문화가 부패에 익숙해 있지 않으냐는 의구심을 다시 한번 들게 한다. 돈을 건넨 이씨는 안산 단원갑의 전직 사무국장으로서 당원협의회장인 정씨와 지역 정치판에서 오랫동안 함께 생활했다. 돈으로 해결(공천)할 만하다는 분위기가 평소에 없었다면 거액을 전달할 엄두를 낼 수 있었을까.
시의원을 뽑는 대구 서구 제2선거구에서 일어난 과태료 대납 사건 역시 한나라당이 낡은 부패정치에서 여전히 헤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한 사례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 한나라당 시의원 후보한테서 참치와 법주 세트 등 금품을 받았다가 과태료 처분을 받은 당원 등 18명 가운데 12명의 과태료 3540만원을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의 지역 사무실 직원이 대신 내줬다고 한다. 이 돈의 출처 중 한 군데가 한나라당 소속인 한 구청장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강 대표의 연루 여부 등 구체적인 내용은 검찰 수사에서 명백하게 밝혀져야겠지만, 그에 앞서 한나라당의 행태가 너무나 개탄스럽다. 이번 대구 시의원 재선거는 한나라당 후보의 불법 선거운동 때문에 비싼 돈 들여서 다시 치러진다. 한나라당은 대구 시민, 국민들에게 무릎꿇고 반성해도 모자란다. 그런데 반성은커녕 지역 간부가 지역 유지들한테서 돈을 모아 불법 선거운동에 연루됐던 사람들의 과태료를 버젓이 내주고 있다. 공직선거법을 조롱하고 정면에서 짓밟는 행위다.
한나라당 윤리위원회는 안산 단원갑 사건 관련자 3명을 재빨리 제명하고, 대구 사건은 검찰 수사가 나오는 대로 조처한다는 방침이다. 그때그때 꼬리 자르기식으로 당사자만 잘라서 될 일이 아니다. 당 지도부가 책임져야 한다. 강 대표는 그를 돕는 사람이 법을 조롱하고 위반했는데도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짐짓 외면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방식이든 정치도의적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그래야 강 대표가 주장하는 ‘참 정치’가 설득력을 얻을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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