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4.24 17:52
수정 : 2007.04.24 19:09
사설
지난 3월 감사원이 발표한 일부 사학에 대한 감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심각한 비리 혐의로 고발당한 학교법인이 조사대상 124곳의 22%에 해당하는 27곳에 이르렀다. 설립자 또는 이사장이 서류를 위조해 교비를 횡령한 것은 다반사고, 학교시설 불법공사나 공사 리베이트 등을 통해 불법 자금을 조성했으며, 이를 위해 차명계좌나 이중장부를 이용했고, 일부 법인은 불법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회계문서까지 파기했다. 자격도 없는 이사장 친·인척을 교원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학부모는 비리 복마전을 학교로 알고, 파렴치범에게 교육을 맡겼던 셈이었다. 교육부에 통보하는 것으로 끝낸 비리도 48건에 이르렀으니, 사학 비리를 예외적인 경우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다.
학교법인이 이토록 타락한 이유는 재단을 감시하고 견제할 어떤 장치도 없기 때문이었다. 사학 설립자나 재단 이사장은 멋대로 인사권을 행사하며, 학생 등록금은 물론 교육부 지원금까지 쌈짓돈처럼 빼먹는 등 전제군주 노릇을 했던 것이다. 이런 재단 비리로부터 학교를 보호하고, 민주주의 배움터인 학교가 민주적으로 운영되도록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한 것이 지금의 개정 사학법이고, 그 핵심 내용이 개방형 이사제 신설이다. 교사,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가 추천한 사람을 이사진에 포함시킴으로써 재단을 견제하고 감시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원안엔 재단 이사장의 친·인척 학교장 임명 금지 등 다른 장치도 있었지만, 이제 개방형 이사제만 남았다.
그러나 이 장치마저 껍데기가 되어가고 있다. 국민연금법과 로스쿨법 처리에서 한나라당의 협조를 받기 위해, 열린우리당이 개방형 이사제를 사실상 포기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외견상으론 개방형 이사 추천권을 기존의 학교운영위(대학평의회) 이외에 학교법인이 속한 종단에도 준다는 것이지만, 두배수 추천에 최종 결정권은 이사회에 있으니, 학운위 등의 추천권은 유명무실해진다.
일부가 생트집 잡고 떼를 쓴다고, 아이들을 복마전에서 교육받도록 할 순 없는 일이다. 게다가 맞바꾸려 한 것이, 사회적 합의도 이뤄지지 않고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높은 연금법과 로스쿨법 처리라니, 참으로 가관이다. 종교사학만을 예외로 하는 것도 어이가 없다. 사사건건 인질극을 벌이는 자에게 두 손 번쩍 든 꼴이니, 이제 누가 원칙을 지키고 정도를 걷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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