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4.24 17:52
수정 : 2007.04.24 19:17
사설
미국 뉴욕 한복판에 있는 상설 국악공연장이 폐관 위기를 맞았다가 누리꾼의 모금으로 되살아났다고 한다. 국악인 권칠성씨가 지난해 9월 문을 연 한국전통문화교육센터 이야기인데, 개인들이 작은 뜻을 모을 때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인터넷을 적절히 활용하면 국경과 공간을 뛰어넘는 연대와 지원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도 다시 확인시켜주는 이야기다.
구체적인 모금운동 과정은 아주 극적이다. 권씨는 운영 6개월여 만에 임대료 2500만원이 밀려서 문을 닫게 생겼다는 사연을 지난 5일 공연장 홈페이지를 통해 알렸다. 이 소식은 곧 국내외로 번져나갔고, 국내 누리꾼들과 각국 동포들이 열흘 남짓 만에 밀린 임대료보다 많은 돈을 모았다. 하지만 모금운동도 허사가 될 뻔했다. 권씨의 은행계좌가 막히면서 모금한 돈을 인출해 갚을 길이 사라진 것이다. 이 소식을 유타주의 한 동포가 우연히 듣고 돈을 임시로 융통해줌으로써, 많은 이들의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봤다. 게다가 한 고교 동창회가 이 공연장을 계속 후원하기로 했다니, 뉴욕에서 우리의 음악이 끊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하지만 이 훈훈한 이야기 뒤에는 정부의 인색한 문화 지원사업 실태가 자리잡고 있다. 뉴욕 한국문화원이 지난해부터 이 단체에 지원한 돈이 모두 600만원이었다고 한다. 정기 무료공연을 통해 외국인에게 국악을 알리는 사업 지원금치고는 너무 적다. 물론 정부의 인색함만을 탓할 일은 아니다. 지원을 요청하는 단체들 사이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고, 내실있는 사업인지도 따져봐야 할 것이다. 자칫하다간 국가예산을 허술하게 쓴다는 비판이 쏟아질 수도 있는 탓이다.
그래서 문제를 제대로 풀려면 정부는 물론이고 사회 전반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누구도 우리 문화의 확산과 국제 문화교류의 중요성을 부인하지 않지만, 예산을 늘리는 데는 다들 인색하다. 게다가 자금을 지원하면 곧바로 어떤 결과가 나타나길 요구한다. 이런 사고방식은 문화의 특성과 어울리지 않는다. 문화는 눈앞의 실적에 급급하지 않고 꾸준히 지원하고 육성해야 비로소 꽃을 핀다. 정부와 기업이 문화사업 지원금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화활동 특히 우리 전통문화 보급활동은 성과에 급급하지 않는 태도가 더 절실하다. 이것이 이번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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