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4.26 19:05
수정 : 2007.04.26 19:30
사설
터무니없는 특별법안 하나가 본회의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국토계획법 연안관리법 등 기존의 30여 가지 법률을 불구로 만드는 것은 물론, 국립공원을 포함해 전국 연안지역을 투기장으로 만들게 자명한, 이른바 ‘연안권발전 특별법’이 그것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의원들의 실적 올리기 차원에서 발의된 만큼 이 법안은 애초 법 체계의 합리성이나 안정성, 혹은 국토의 지속 가능한 이용 따위는 아예 무시했다. 특별법은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특례를 정한다. 그런데 이 법의 적용 범위는 60여 지방자치단체와 전국토의 43%에 이른다. 특별법이라고 할 수 없다. 게다가 기존의 특별법이 정한 규제를 무력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법 체계가 위태로워진다. 처음 발의된 남해안 특별법은 자연공원법에 의한 한려·다도해 해상국립공원 보호 규제를 무력화하려는 것이었다. 이것이 이제 동·서해 연안으로 확대됐다. 이래서야 법치주의는 껍데기로만 존재할 수밖에 없다.
심의와 처리 과정도 졸속의 연속이었다. 애초 경남 출신 의원들이 남해안발전 특별법으로 발의했다. 이를 시샘한 동해안 출신들이 동해안개발 특별법안을 제안하자 남·동해안 특별법으로 합쳤고, 서해안 출신들이 별도 입법을 하려하자 서해안도 포함해 ‘연안권’ 특별법으로 확장시켰다. 이제 내륙지방 출신들이 산지와 평지 특별법안을 추진해도 나무랄 수 없으니, 소가 웃을 일이다.
그러면 지역 주민을 잘살게나 할까. 투기 바람으로 일부 지주나 건설업자는 혜택을 볼 것이다. 골프장·낚시터·리조트·호텔 따위로 굴러들어오는 돈은 대부분 수도권 자본가에게 흘러갈 뿐이다. 주민들은 쥐꼬리만한 보상 대신 삶의 터전과 이웃과 전통을 잃는데, 설마 이것을 잘사는 것이라고 말할 순 없을 게다. 우리 연안 지역의 최고 경쟁력은 생태 관광 문화적 가치다. 자연생태와 문화와 풍광을 잘 보존하고, 이를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지역과 나라에 더 유리하다.
한심한 건 국회의원만이 아니다. 이런 정치권의 입법 행태를 소 닭보듯 쳐다보고만 있는 정부도 마찬가지다. 정부엔 법안 발의권과 거부권이 있다. 입법의 책임과 권한을 국회와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임기말이라고 정치권 눈치만 봐선 안 된다. 유관부처는 물론 국무회의 차원에서 정부의 소임과 태도를 분명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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