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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4.26 19:06 수정 : 2007.04.26 19:32

사설

한 재벌그룹 회장이 아들을 폭행했다는 술집 종업원들을 경호원들과 함께 찾아가 보복 폭행을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정확한 진상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해당 기업 쪽은 회장이 찾아간 것은 화해하기 위해서였고, 서로 실랑이가 있었을 뿐 폭행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런 정도였다면 112 신고까지 했을 법하지 않다. 경찰에 접수된 신고 내용도 “심하게 폭행했다”고 돼 있다. 경찰이 “양쪽 모두 가해자이며 피해자”라고 언급한 것도 실제 폭력 행사가 있었음을 암시한다. 성인인 아들이 얻어맞았다고 재벌 회장이 직접 나선 것도 꼴이 우스운데, 실제 보복폭행이 이뤄졌다면 이는 무겁게 처벌해야 할 범죄다.

폭행사건은 서로 합의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을 수 있으나, 옳지 않다. 우리 형법은 단순 폭행 범죄에 대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 처벌을 면제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범죄 자체가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므로, 수사는 당연히 해야 한다. 특히 야간에 여러 사람이 폭력을 행사했다면 피해자의 뜻에 관계없이 엄하게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윽박질러 합의를 강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야간에 이뤄진 집단폭행일 가능성이 큰 만큼, 고소·고발이 없어도, 서로 합의가 있었다 해도 수사해야 할 사안이다.

경찰이 그동안 사건 수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석연치가 않다. 지난달 8일 일어난 사건인데 한 달 넘게 관련자 조사를 거의 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람을 찾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는 경찰의 설명은 아주 궁색하다. 재벌 회장 부자도 외국에 나가 있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모두 국내에 있다고 한다. 해당 기업 쪽 고문으로 일하는 전직 경찰청장이 경찰서장에게 전화를 한 사실도 밝혀졌다. 많은 이들이 사건을 보았으니 목격자 몇명에게만 들어도 사건의 실체를 쉽게 파악할 수 있을텐데, 대충 덮으려 한 것 아닌가 의심스럽다.

이번 사건은 돈의 힘을 가진 이가 국가 사법체계를 얼마나 우습게 보고 있는지 보여주는 듯하여 씁쓸하다. 상대방의 폭력에 사적인 힘으로 대응해도 나중에 다 무마할 수 있다는 발상에서 시작된 일이 아닐까 걱정된다. 수사에 대한 의심을 털기 위해서라도, 경찰은 한점 의혹이 남지 않게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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