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4.27 17:46
수정 : 2007.04.27 19:32
사설
금융감독위원회가 논란을 빚어 온 생명보험회사 상장규정 개정안을 승인했다. 계약자 배당 없이 상장을 허용함으로써 상장차익을 대주주들이 고스란히 챙겨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국내 생보사는 형태상 주식회사지만 상호회사의 성격을 띠고 있어 과거 유배당 상품 계약자에 대한 상장이익 배분을 둘러싸고 몇 해 동안 논란을 벌였다. 1990년 자산 재평가를 통해 자본으로 전입된 계약자 몫의 평가이익을 상장 과정에서 어떻게 돌려줄 것이냐의 문제다. 삼성·교보만 하더라도 계약자 몫의 상장차익은 5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모두 주주 몫으로 돌린 것이다. 생보사들은 또 당해연도 투자수익만 계약자와 주주 몫으로 계산할 뿐, 부동산이나 계열사 주식 등에서 발생하는 장기 미실현 이익을 구분해 계리하지 않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그로 말미암은 평가이익도 주주한테 돌아가게 된다.
문제는 주주들이 대부분 재벌기업 총수 일가나 계열사들이란 점이다. 가장 큰 이득을 보게 될 삼성의 경우, 그룹 지주회사이자 삼성생명의 최대주주인 삼성에버랜드가 당장 수조원의 상장차익을 보게 된다. 더불어 삼성은 공룡처럼 몸집이 불어날 삼성생명을 이용해 금융권을 주무를 수 있게 된다.
과거 생보사 상장 관련 규정이 분명하지 않았고, 과거 계약자와 현재 계약자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를 이유로 계약자 몫을 대주주들이 가져간다는 것은 옳지 않다. 어떻게든 합리적인 배분 방식이 마련돼야 한다.
이미 지난달 말 상장차익 배분에 관한 두 가지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다. 이상민 의원 등 24명이 낸 개정안은 계약자에 대한 상장차익 배분을 명문화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정부가 일방적으로 상장을 밀어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 더군다나 계약자 대책위원회 등은 윤증현 금감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 생보사 상장을 막기 위해 실력행사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렇듯 논란이 많은 만큼 사회적 합의 절차가 필요하다. 국회에 개정안이 상정돼 있는데도 금감위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생보사 상장을 허용하는 것은 국민과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다.
마땅히 상정된 보험업법 개정안을 중심으로 국회에서 논의를 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국회가 나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이를 바탕삼아 법을 개정해야 한다. 생보사 상장은 그 다음 일이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