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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4.27 17:47 수정 : 2007.04.27 19:31

사설

취임 이후 처음 워싱턴을 방문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일본군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거센 비난에 부닥쳤다. 그는 다시 모호한 사과성 발언을 했으나 미국내 여론은 여전히 비판적이다. 그럼에도 위안부 문제는 미-일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조차 되지 못했다. 미국은 그의 약점을 건드리기보다 자국 이익을 관철하는 카드로 활용하고 있고, 일본 또한 미국의 요구를 앞질러 수용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미-일 동맹은 더 위험해졌다.

백악관 쪽은 정상회담에 맞춰 “북한이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납북자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는 이전 언급보다 더 강경한 표현이다. 물론 북한 핵문제가 진전되지 않으면 테러지원국 문제도 해결되기 어렵다. 2·13 합의에도 초기단계에 북한의 핵시설 폐쇄와 테러지원국 문제 논의를 동시에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납북자 문제는 북·일 두 나라가 풀어야 할 사안이다. 미국이 일본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여 이 문제 해결을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의 전제조건으로 삼는다면 6자 회담의 한 귀퉁이를 스스로 허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일본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에 커다란 선물을 제공했다. 하나는 대당 2억달러가 넘는 미국산 최신 전투기(F-22) 대량 구매 협의를 미국 쪽에 제안한 것이다. 의회 쪽의 반대 분위기 속에서도 이 전투기 판로를 찾던 미국 정부와 군수산업계는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않는다. 다른 하나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준비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다. 집단적 자위권이란 미국이 공격받을 때 공동작전을 펴는 것으로, 일본이 이제까지 시행한 적이 없는 공세적 군사정책이다. 이런 움직임은 다른 동북아 나라를 불안하게 만들어 소모적 군비경쟁을 유도할 것이 뻔하다. 중국 쪽은 벌써 우려를 나타냈고, 우리나라에서도 차세대 전투기 사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성급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은 미국의 하위 파트너로 철저하게 편입해 동북아 지역 패권을 노리고, 미국은 일본을 대리인으로 삼아 중국을 견제하고 지구적 패권 체제를 강화하려 한다. 평화와 다자 협력이 아니라 대결과 지배를 지향하는 게 미-일 동맹의 지금 모습이다. 한반도·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으로 가는 길이 더 험난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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