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4.29 18:33
수정 : 2007.04.29 19:19
사설
대한의사협회가 장동익 회장의 정치권 로비 발언을 녹음하고 언론에 제보한 회원들에 대한 징계를 검토하기로 했다고 한다. 비록 다음 윤리위원회에서 징계 여부를 논의하는 수준이라고 하지만 상식 이하다.
장 회장이 대의원 대회에서 언급한 정관계 로비의 내용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매달 용돈을 주는 사람이 있다”, “믿는 국회의원한테 (카드) 빌려줬다. 오픈(공개) 못할 일도 있고…”, “압력 가하고, 골프 접대하고, 거마비 집어주고…”, “술로 먹여서 우리 사람을 만들라고 그랬다”. 발언 내용이 사실이라면 관련자들은 엄중한 처벌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검찰이 의사협회를 압수수색한 만큼 경우에 따라서는 협회 관계자들과 정관계 인사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갈 수도 있다.
이 정도 상황이면 의사협회가 스스로 진상 규명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의사협회의 움직임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그런 사실이 없고 ‘경솔한 언행’이었다는 장 회장의 사과문 한 장으로 적당히 무마하려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게다가 윤리위원회 위원들은 대부분 회장이 임명한 회원들로 구성돼있다. 그런 윤리위원회가 사건의 본질을 외면하고 회장의 비리 의혹을 제보한 회원을 징계하겠다고 나선다면 정말 낯뜨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의원 대회 발언을 외부에 유출했다는 것이 그렇게 중대한 문제인가. 문제의 핵심은 의료법 개정 등 현안이 있을 때마다 국민건강권을 내세워 파업 불사를 외쳐온 의사협회가 실제로는 의사들의 집단적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뒷거래를 통해 로비를 해왔다는 의혹이다. 의사협회가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면 뼈아픈 자성과 함께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비난과 의혹의 눈길을 겸손한 자세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병원은 환자들이 손님 대접을 받지 못하는 거의 유일한 곳이다. 그만큼 의사들에 대한 불만이 크고 불신의 골도 깊다. 잘못된 점이 있다면 국민 앞에 사과하고 자기 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국민의 시선이야 어떻든 의사협회를 망신시킨 회원을 그냥 둘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한심한 일이다. 의사협회는 스스로 강조하듯이 단순히 개인 사업자들의 모임이 아니다.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중요한 단체들 가운데 하나다. 잘못된 처신으로 비난 여론을 더 악화시키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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