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4.29 18:33
수정 : 2007.04.29 19:19
사설
어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06년 전국 아동학대 현황 보고서를 보면,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지난해 접수된 어린이 학대 신고건수가 9천건에 가깝고, 그 가운데 학대 사실이 확인된 사례가 5천건을 넘는다고 한다. 학대받던 어린이가 숨진 사례도 7건이나 된다. 어린이의 몸과 마음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이런 학대의 80% 이상이 가정에서 부모에 의해 이뤄진다는 사실은 참으로 안타깝다.
신고건수가 늘어나는 것은 그동안 정부가 학대받는 어린이 보호를 위한 교육과 홍보를 계속하고 상담소도 늘려온 까닭이다. 하지만 인구 1천명당 학대받는 어린이 보호율을 보면 0.48명으로, 일본(1.6명)의 3분의 1 수준인 것은 드러나지 않은 학대 사례가 적지 않을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법에 정한 신고의무자들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도 아동학대 신고에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얼마 전 경기도 평택에서는 주민들이 아동학대를 경찰에 신고했음에도, 부모가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찰이 그냥 되돌아갔다가 아흐레 뒤 피해 어린이가 구타당해 숨진 일도 있었다. 어린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 독립된 인격체임을 일깨우는 교육을 더욱 활성화해야 하겠다.
어른의 보호 없이 어린이를 내버려두는 방임이 전체 아동학대의 39%에 이르고, 그 비중이 해마다 커지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학대자의 절반 가까이가 소득수준이 낮고 경제적으로 불안한 직업을 갖고 있다. 또 한 부모 가정에서 이뤄진 학대가 전체의 절반에 가깝다. 국가와 지역사회의 도움이 절실함을 일깨우는 대목이다. 우리나라가 2001년 비준한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경제적 빈곤 등에 따른 가정해체로 안전하게 양육받기 어려운 어린이는 국가의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피해 어린이에 대한 보호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부분도 고쳐나가야 한다. 한번 학대를 받은 어린이가 피해자로 다시 신고된 경우는 전체의 7%에 이른다. 학대가 이뤄지는 가정으로부터 격리보호가 필요한데도 보호 네트워크가 감당하지 못하거나, 친권자의 완강한 거부에 대응할 법적 장치가 미흡해서 돌려보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제도 손질이 필요한 부분이다. 학대 피해 어린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가정과 같은 양육환경인데, 대부분의 격리보호가 시설보호 중심인 점도 고쳐가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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