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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4.30 18:24 수정 : 2007.04.30 19:52

사설

아들을 때린 술집 종업원들에게 보복폭행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한화 김승연 회장이 그제 경찰서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김 회장은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직접 폭력을 휘두른 혐의는 모두 부인했다. 특히 심각한 폭행이 있었다고 피해자들이 증언한 청계산 근처 공사 중인 건물에는 아예 간 사실조차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반면 피해자와 목격자들은 폭행을 한 사람이 김 회장이 맞다고 얼굴을 보며 확인했다. 만약 김 회장이 뻔한 거짓말을 한 것이라면 그는 또한번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반성 뜻이 전혀 없음을 보여준 까닭이다.

앞서 김 회장은 경찰 소환에도 두 번이나 불응한 뒤, 체포당할 위험에 처하자 마지못해 나왔다. 수사에 협조하겠다던 약속도 어겼다. 대질신문을 거부하는가 하면, 막판에는 아예 경찰의 질문에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한 피해자는 대질신문에서 김 회장에게 “진실을 밝혀 달라”고 울먹이기까지 했으나 김 회장은 이를 외면했다고 한다.

김 회장의 말은 여러 정황상 진실로 여겨지지 않는다. 피해자들은 공사 중인 건물에서 김 회장이 쇠파이프로 때렸다는 구체적인 증언도 했다. 김 회장이 아니라면, 다른 누군가가 폭행한 것이라는 경호원들의 소명이라도 있어야 할텐데 그렇지도 않다. 경찰이 김 회장의 구속영장을 신청하려는 것도 피해자 쪽 진술이 믿을 만하기 때문일 것이다.

묵비권이 피의자의 권리임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김 회장은 지금 그런 권리를 행사하기보다는, 사실은 사실대로 인정하고 자신의 그릇된 행동에 용서를 구하는 게 훨씬 바람직했다고 본다. 이 나라에서 손꼽히는 재벌 그룹 회장의 위치에 걸맞은 처신을 늦게라도 보여주는 게 옳았다. 그가 경찰에 출두하면서 “개인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대단히 죄송하다”고 한 말도 더는 의미가 없게 됐다.

돈의 힘을 법질서보다 더 믿은 듯한 김 회장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에 국민들은 이미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런 행동이 순간의 잘못된 판단에서 비롯한 것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김 회장의 태도를 보니, 더욱 실망스러울 뿐이다. 그는 여전히 돈의 힘을 굳게 믿는 듯하다. 물론 그는 뛰어난 변호사들을 고용해 자신을 방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김 회장이 부인하는 혐의가 법정에서 유죄로 판명나든 무죄로 결론나든, 국민들 사이에 냉소와 좌절감이 널리 퍼지게 될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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