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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4.30 18:25 수정 : 2007.04.30 19:52

사설

일본 의회에 미군의 이라크 민간인 폭격을 규탄하는 결의안이 상정되자 미국 대통령이 폭격에 대해 일본에 사과하고 일본 총리가 사과를 받아들였다고 하자. 그러면 문제가 풀리고 피해자들의 마음이 편해질까? 오히려 사태가 더 나빠질 것임이 분명하다. 지난 27일(미국시각) 정상회담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보인 행동이 바로 이런 것이다.

아베 총리는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위안부들이 큰 어려움을 겪은 데 대해 마음 깊이 동정심을 갖고 있다”며 “위안부들이 그런 상황에 놓였던 사실에 대해 사죄한다”고 말했다. 발언 내용으로 봐도 ‘사죄’(apology)는 아니다. 위안부들이 겪은 어려움을 인정한다는 것일 뿐 일본 정부의 강제동원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위안부 본인들과 피해국이 아니라 부시 대통령에게 사죄하는 형식을 취하고 부시는 “사죄를 받아들인다”고 했으니, 세계 외교사에서 보기 드문 희극이다. 두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어떤 잘못이라도 덮어버릴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듯한 몰지각하고 오만한 행태이기도 하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9월 취임하기 전부터 위안부 문제 자체를 부정해 온 사람이다. 최근에는 한걸음 더 나아가 위안부 문제 재조사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1993년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 담화를 무력화하기 위해서다. 이번 발언도 이런 태도의 연장선에 있다. 부시 대통령이 이에 동조하는 것은 ‘잔혹함에서 전례가 없는 20세기 최대의 인신매매’를 자행한 범죄자들과 손잡는 것과 같다. 부시 행정부가 21세기형 동맹 형태로 주장해 온 ‘가치의 동맹’이 이런 것이라면 미-일 동맹은 물론이고 미국의 앞날도 암담하다.

위안부 문제 해결책은 유엔 보고서와 지금 미국 하원에 계류 중인 위안부 결의안 등에 잘 나와 있다. 일본의 진정한 사죄, 철저한 진상규명, 적절한 배상, 책임자 처벌, 역사교육, 위령탑 건립 등 기념사업이 그것이다. 이는 대형 국가범죄를 해결하는 일반적 절차이기도 하다. 그 출발점인 사죄와 관련해 미국 하원 결의안을 발의한 마이클 혼다 의원은 ‘일본 정부가 시인하고 의회 결의로 뒷받침된 공식 사죄’를 제시한다. 아베 총리는 다른 길이 없음을 직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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