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4.30 18:26
수정 : 2007.04.30 19:52
사설
한나라당이 4·25 재·보궐 선거 참패 이후 방향을 잡지 못한 채 비틀거리고 있다. 강재섭 대표가 어제 당 쇄신안을 내놓았지만, 당내에서부터 미흡하다는 비판이 많다. 무엇을 고쳐야 할지조차 뜻을 모으지 못하고 있으니, 쇄신은커녕 당내 분란 수습도 쉽지 않아 보인다. 안타까운 모습이다.
거듭 지적한 대로, 이번 재보선은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의 표출이다. 그 중에서도 한나라당의 부패와 무사안일, 그리고 오만이 큰 원인이다. 공천 비리를 저지르고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반사이익에만 기댄 채 제대로 된 정책은 내놓지도 못하고, 이미 정권을 잡은 양 당내 세 싸움에만 열중하는 한나라당의 ‘오만’에 국민이 ‘경고’를 한 것이다. 한나라당 쇄신의 출발 지점도 여기다.
그런 점에서 한나라당의 모습은 실망스럽다. 강 대표의 쇄신안은 ‘그냥 이대로 가자’는 데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당내의 ‘이명박당’ ‘박근혜당’의 존재를 인정한 채, 기존 체제에서도 가능했던 몇몇 제도를 열거하고 있을 뿐이다. 이를 비판하거나 찬성하는 대선 후보들도 자신들의 이해관계만 앞세운다. 국민의 요구와는 동떨어진 데서 입씨름을 하는 형국이다.
한나라당은 우선 크게 머리 숙이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필요하면 지도부도 과감히 바꾸는 등 국민의 질책에 아파해야 한다. 구체적인 대책들은 그런 자세가 전제돼야 설득력을 지닐 수 있다.
또, 유력 대선후보를 중심으로 이합집산하는 풍토가 바뀌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줄서기와 줄세우기가 계속되면, 편가르기에 따르기 마련인 상호 혐오와 불신 때문에라도 결별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정권을 잡더라도 대통령 한 사람에게 매달리는 ‘사당’이 된다. 지난 수십년 한국정치가 벗어나려 했던 모습이다. 당이 정치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자각과 구체적 노력이 한나라당에 필요한 이유다.
한나라당의 오만은 대통령 선거 자체보다는 당내 경선이, 또 경선에서도 국민의 뜻보다는 당내 세력이 더 중요하다는 정치적 현실에서 싹텄다. 변화를 거부하는 수구적 행태나 줄세우기는 그 결과일 수 있다. 국민의 뜻이 좀더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그런 변화는, 제대로 된 정당을 찾기 힘들게 된 한국 정당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한나라당이 이런 계기를 무산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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