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5.01 18:03
수정 : 2007.05.01 18:55
사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11개 국책 연구소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영향을 분석한 결과, 10년에 걸쳐 6%의 추가 경제성장 효과가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내역을 보면 교역증대 0.32%, 투자확대 등 자본축적 0.96%, 생산성 향상 4.72%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연구소 열한 곳의 합동 연구라는 거창한 형식으로 발표했지만 분석 내용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정부 의중에 맞춰 부풀린 게 아닌가 의심될 정도다. 협정이 체결되면 교역증대 효과는 분명히 나타난다. 그러나 직접투자 확대와 생산성 향상은 미지수다. 심지어 투자가 줄어드는 경우도 있다. 관세장벽이 없어지면 투자가 상품교역으로 대체되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미국시장을 겨냥한 투자가 늘어나려면 멕시코의 값싼 임금처럼 확실한 장점이 있어야 한다. 구체적인 근거 없는 직접투자 확대 주장은 그저 희망사항일 뿐이다.
경쟁 촉진과 경제시스템 선진화로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주장은 더 막연하다. 어떻게 해서 기술개발과 기술이전이 촉진되는지 구체적인 근거가 없다. 법률시장과 방송시장 부분 개방 정도로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지도 않는다. 경쟁이 촉진되면 생산성이 올라간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일반론 수준이다. 이 정도를 근거로 대단한 생산성 향상이 있을 것이란 분석은 국민에게 환상을 심어주는 결과밖에 되지 않는다.
개방을 해서 저절로 생산성이 높아진다면 정부는 왜 지금까지 시장개방을 하지 않았을까? 또 미국은 왜 자동차 시장과 연안해운 시장 등을 지키려고 그렇게 안간힘일까? 개방을 한다고 저절로 시스템이 개혁되고 나라가 선진화되는 것은 아니다. 경쟁촉진을 통한 생산성 향상의 효과는 구체적인 수치와 근거가 제시될 때만 설득력을 갖는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협상이 타결되기 전에는 여러가지 가정을 전제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영향에 대한 평가가 막연하고 추상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협상이 마무리된 상황에서의 평가는 엄밀해야 한다. 분야별로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영향과 효과 분석이 필요하다. 그것이 비준 여부를 결정할 기초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국책 연구소들의 이번 효과분석 자료는 기대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다. 객관적인 연구기관을 통해 구체적인 효과 분석이 다시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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