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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02 18:01 수정 : 2007.05.02 19:44

사설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지 62년, 반민족행위 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가 친일 잔재세력 손에 무너진 지 58년만에, 친일파 심판의 구체적인 첫 성과가 나타났다. 어제 친일반민족 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는 이완용을 비롯한 대표적인 친일파 9명이 일제한테서 얻은 땅을 나라에 귀속하기로 결정했다. 시가로는 63억원 정도밖에 안 되는 규모지만, 이 땅의 환수는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나라를 팔아먹고 민중의 고혈을 짜내는 데 앞장선 자들은 끝내 역사의 심판을 받는다는 교훈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친일파들을 ‘반민족 행위자’라고 부른다. 이 때문에 민족이라는 개념을 시대에 뒤처진 것으로 보는 이들은 혹시 반감을 품을 수도 있지만, 친일파에게 붙는 ‘반민족’은 ‘반민중’의 다른 이름이다. 일제 시대에 가장 큰 고통을 겪은 이들이 이 땅의 민중이다. 일제에 부역하며 부귀영화를 누린 자들은 결국 민중의 피를 빨아먹고 산 자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무엇보다 ‘민중의 이름’으로, 그리고 정의의 이름으로 심판받아야 한다.

친일 재산조사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2005년 12월 제정된 특별법에 따라 벌이고 있는 활동의 첫 성과일 뿐이다. 이런 활동이 그토록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에라도 이뤄지게 된 것은 100년 전 친일 행각도 그냥 넘길 수 없다는 민중의 열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 이 일을 더욱 활발히 전개함으로써 역사 바로세우기에 힘을 보태는 건 국가에 부여된 최소한의 의무다.

친일파 후손의 땅을 국가에 귀속시키는 것을 두고 한쪽에서는 위헌 운운할지 모르나 이는 어불성설이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은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밝히고 있고, 1941년 임시정부가 발표한 ‘대한민국 건국강령’ 3장 5조 2항은 적에게 부역한 자들의 소유 자본과 부동산을 몰수하여 국유화한다고 못박고 있다. 그래서 이번 일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임시정부의 법통과 대한민국 헌법 정신에 대한 도전이자 모독이다.

역사를 바로잡자면 국가보다는 민중, 정부기관보다는 민간기관이 주역으로 나서야 한다. 재산 환수는 국가가 나설 수밖에 없지만, 민중이 할 일도 널려 있다. 역사 바로잡기의 범위 또한 친일 행위에 국한하지 말고 모든 반민중 행위까지 확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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