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5.02 18:02
수정 : 2007.05.02 19:45
사설
술집 종업원들에게 보복폭행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승연 한화 회장에 대한 경찰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경찰은 불과 며칠 사이에 피해자와 목격자들, 김 회장 부자를 모두 불러 조사하고, 사건의 내막을 거의 드러내는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 회장의 구속영장을 신청하겠다는 방침도 일찌감치 밝혔다. 애초 수사가 그다지 어려울 것이 없었음을 경찰 스스로 보여준 셈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경찰 수사는 여전히 미덥지가 않다.
그저께 경찰이 김 회장 집을 압수수색하는 장면은 한마디로 가관이었다. 방송·신문사 기자들이 집앞에 늘어서서 압수수색에 나서는 경찰을 맞았다. 압수수색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다 알려진 탓이다. 그 사이 김 회장 쪽이 불리한 증거자료를 다 치웠을 것임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경찰 스스로도 별 성과가 없었다고 인정했다. 경찰은 검찰이나 법원에서 정보가 새나갔을 것이라고 해명하지만, 경찰이 그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한화 본사의 김 회장 집무실 압수수색은 휴일이라는 이유로 집행을 하루 미루는 일까지 벌어졌다.
경찰은 본격수사가 늦어진 데 대해, 철저한 수사를 위해 내사를 하느라 그랬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금도 경찰 움직임은 철저한 수사와는 거리가 먼 듯하다. 사건이 일어난 ㅅ클럽의 폐쇄회로 텔레비전 기록장치 확보는 기본일텐데, “작동되지 않는다”는 업소 사장의 말만 믿고 확인도 없이 그냥 돌아왔다고 한다. 경찰은 나중에 업소 사장이 ‘갖고 있기 겁나서’ 가져온 것을 분석 중이다. 어설픈 것인지 대충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경찰은 사건수사 과정에 의혹이 일자 자체 감찰을 하고 있다. 결과를 지켜볼 것이나, 제 식구 감싸기로 끝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검찰과 법원의 사건 처리 과정도 주목한다. 확실한 추가 증거를 확보하려는 노력은 계속해야겠지만, 그것이 나오지 않았다고 검찰이 김 회장의 진술에 지나치게 무게를 둬서는 안 된다고 본다. 피해자와 목격자들의 구체적이고 일관된 증언이 있다. 추가 증거는 보완적인 것이다. 법원 한편에서는 경찰이 김 회장을 소환조사한 뒤 바로 영장을 신청하지 않아 구속 필요성에 대한 설득력을 약화시켰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그것이 영장 기각 가능성을 염두에 둔 법원 쪽의 사전 정지작업이 아니길 바란다. 검찰·법원도 시험대에 올랐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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