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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03 18:52 수정 : 2007.05.03 18:52

사설

2003년부터 한국에서 치르기 시작한 미국 간호사 자격시험이 불과 4년 만에 존폐의 갈림길에 놓였다. 미국에서 금지하는 문제 유출과 족보강의(기출문제를 모아 수험생에게 하는 강의) 의혹이 계속 제기돼, 미국 간호사국가시험원이 시험 중단을 경고한 것이다. 부정과 편법으로 일그러진 우리의 모습을 다시 국제사회에 드러낸 것이니 부끄럽기만 하다.

미국에서 간호사시험이나 대학 수학능력 시험(SAT) 등은 문제은행식으로 출제된다. 따라서 수험생이 문제를 복사하거나 유출하는 것은 불법이다. 불법행위자에겐 민사상 책임과 함께 자격 박탈이란 불이익이 돌아간다. 그런데 한국의 일부 학원은 수험생에게 시험문제를 빼내도록 하거나, 아예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시험을 치르게 한 뒤 문제를 빼내도록 했다고 한다. 그러니 이를 토대로 하는 족보강의를 들은 한국의 수험생 합격률이 외국보다 크게 높을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난해 합격률이 71%에 이르자 미국 쪽에선 우리 외교부에 족보강의를 막아 줄 것을 요청했고, 올해는 문제유출 의혹 수험생 세 사람한테 불합격 통보와 함께 문제가 된 학원의 폐쇄를 요청했다고 한다.

확정된 근거없이 제기되는 미국 쪽의 강압적 요구가 불쾌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미 우리나라에서 저질러진 미국 자격시험 부정행위를 생각하면 입이 열이라도 할말이 없다. 미국 교육평가원은 올 1월 한국에서 치러진 대학 수학능력 시험1 성적에 대해, 점수의 윤리성 문제로 무효 처리했다고 발표했다. 국내 응시생이 기출문제를 빼내 족보강의를 한 탓에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지난해 한 토익 시험장에선 초소형 무전기와 휴대전화를 이용한 부정행위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먼저 걱정되는 건 선의의 수험생이 받을 피해다. 미국 자격시험 응시자는 이제 특수한 계층이나 집단에 국한되지 않는다.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들이 일본이나 홍콩까지 가서 시험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자존심이 상하더라도 정부는 시험의 신뢰성을 높이는 조처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이보다 먼저 할 게 있다.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다. 편법이든 부정이든 결과만 좋으면 좋다는 삶의 태도를 자성해야 한다. 과정에서의 성실성은 외면하고, 시험 결과 하나만으로 모든 걸 평가하는 우리 사회의 시스템도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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