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5.04 17:40
수정 : 2007.05.04 18:46
사설
대한민국 어른 열에 여덟은 심각한 스트레스로 고통을 호소한다. 자녀 양육과 교육이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러면 이런 눈물겨운 보살핌을 받는 아이들은 어떨까. 전교조 소속 한 단체의 최근 조사에서는 초등 4~6년생 10명 가운데 6명이 스트레스 때문에 친구와 싸웠다고 답했다. 스트레스의 가장 큰 이유는 놀고 싶은데 놀지 못하고(30%), 부모가 하라는 게 너무 많기(29.9%) 때문이었다고 한다. 어른들은 아이 키우느라 허리가 휘고, 아이들은 어른들의 보살핌 받느라 괴롭다. 희한하게도 두루 불행한 게 우리 현실이다.
어른은 흔히 말한다. 아이들은 꿈을 먹고 자란다고. 사랑 속에서 자기 존중감을 키우고, 관심 속에서 배려와 공감의 능력이 커진다고. 과정을 중시하는 풍토에서 적극성과 창의성이 쑥쑥 자라고, 칭찬 속에서 자신감이, 격려 속에서 극복 의지가 성장한다고. 그러나 대개 우리 아이들은 이런 ‘공자 말씀’과는 정반대 환경에서 자란다. <한겨레>의 조사 결과는 이런 사실을 웅변한다. 학교의 성격이나 지역사회의 특성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조사 대상 어린이의 14.77%가 높은 우울감을, 12.69%가 높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성인이나 다름없다.
아이들의 불행이 새로운 사실은 아니기에 더 주목되는 건 학교나 지역사회의 특성에 따른 편차다. 학습에 대한 요구가 덜한 곳일수록 아이들은 여러 아이들과 풍부한 인간관계를 맺고, 학교 생활을 즐겼다. 자기 존중감이 높고 동시에 친구를 존중할 줄 알았으며, 상대의 고통에 대한 공감 능력이 크고,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었다고 한다. 반면 가정 환경이 아무리 유복해도, 학습 부담이 크고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시될 경우, 아이는 소극적이거나 수동적으로 되고, 불안감이나 우울감이 높아지며, 인지적 공감 능력이 떨어졌다. 불행한 아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무엇이 잘못된 건지 잘 드러난다. ‘모두 불행한 사회’로 내모는 건 ‘보살핌을 받는’ 아이들이 아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보살피는 어른들이다. 행복 대신 싸워 이기는 법만 가르치고, 과정이 아니라 결과만으로 모든 걸 평가하고 다그치는 어른들 탓이다.
이제 아이들과 행복을 이야기하자. 한발 물러서 아이들이 행복한 선택을 하도록 도와주기만 하자. 아이의 행복이 곧 부모의 행복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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