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5.04 17:40
수정 : 2007.05.04 20:17
사설
노르웨이가 정부 차원에서 사회책임 투자에 나서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고 한다. 석유 수출로 쌓인 연기금 3천억달러를 운용하면서 국제 금융시장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노르웨이가 인권·환경 등 윤리 기준에 위배되는 기업들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보잉·록히드마틴 등 군수업체들이 블랙리스트에 올랐고, 월마트는 납품업자들의 어린이 노동 착취와 노조 설립 방해를 이유로 투자 회피 대상이 됐다.
세계적으로 사회책임 투자가 강화되는 추세다. 사회책임 투자 펀드가 4천조원에 이른다는 집계도 나와 있다. 노르웨이는 이를 정부 차원의 투자원칙으로 격상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우리도 무풍지대가 아님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해 4월 각국 연기금과 금융기관 대표들을 모아놓고 사회책임 투자의 원칙을 발표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인텔·소니·아이비엠 등 정보기술 기업 22곳이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지 않는 협력업체의 부품을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국내에도 사회책임 투자 펀드가 몇 가지 나왔고, 지난 3일에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이 출범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다. 펀드라고 해 봤자 이름만 그럴듯할 뿐 엄밀한 기준이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전자다. 국제기준으로 보면 ‘무노조 경영’ 원칙 때문에 사회책임 투자 대상에서 배제될 수도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포항건설노조 파업 때 노사관계의 부담을 하청기업에 떠넘긴다는 비판을 받았다. 납품단가로 협력업체의 원성을 사고 있는 현대차 역시 안전지대는 아니다.
덩치만 크다고 모두 글로벌 기업은 아니다. 질적으로도 국제수준으로 가야 한다. 도덕적 이유만은 아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좋은 실적을 낸다. 반대로 사회책임 투자 회피 대상이 되면 회사의 명성과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아동노동 착취로 경영위기를 겪었던 나이키를 생각해 보면 잘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사회적 책임을 비용으로 인식하지 말고 미래의 투자로 생각해야 한다. 기준도 명확해야 한다. 아무리 사회공헌에 돈을 쏟아부어도 노동 착취나 노조설립 방해 기업으로 낙인찍히면 국제적인 표적이 될 수 있다. 어차피 할 일이라면 억지로 끌려갈 이유가 없다. 국내 기업들의 자발적이고 현명한 대응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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