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05.04 17:41 수정 : 2007.05.04 18:47

사설

나이지리아 남부 유전지대 니제르 델타 지역에서 일하던 한국인들이 현지 무장세력한테 납치됐다. 지난해 6월 이후 벌써 세번째다. 다치거나 목숨을 잃은 사람이 없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하루빨리 석방되기를 기원한다.

우리의 가슴을 무겁게 하는 것은, 당장 내일이라도 또다른 현장에서 한국 노동자 납치사건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납치사건이 벌어진 니제르 델타는 석유수출 중단을 주장하는 ‘니제르 델타 해방동맹’ 등 무장단체와 정부의 충돌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다국적 석유기업과 하청기업 노동자들을 겨냥한 피랍사건이 한 해 수십 건씩 벌어질 정도로 납치가 일상화됐다. 납치 뒤 돈과 정치적 요구조건을 내건 협상 끝에 피랍자가 석방되면, 다른 곳에서 다시 납치가 벌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인명 피해로 이어지는 건 드물지만, 정정 불안이 계속되면 외국인들도 유혈사태에 휘말릴 위험이 있다.

그런 위험을 고려한 한국 쪽의 대응은 무력하기만 하다. 외교통상부가 지난해 이후 네 차례 현지 점검에 나서 나름으로 조처를 했다지만, 상대적으로 내륙에서 벌어진 이번 사건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세 차례 납치사건을 겪은 대우건설을 비롯한 기업들도, 하청 시공업자 처지에선 자체적으로 경비를 강화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태도다. 손해를 볼 게 뻔한데 어떻게 공사를 중단할 수 있겠느냐는 말도 나온다. 기업으로선 성장 가능성이 큰 나이지리아 사업현장을 포기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자본의 논리’로 모든 게 정당화될 수는 없다. 현지에 나간 노동자들이 별 대책 없이 위험에 노출되는 일이 언제까지나 계속돼선 안 되기 때문이다. 위험수당을 줬으니 할일을 다했다고 할 수는 없다.

발상부터 바꿔야 한다. 수지 타산보다 노동자들의 안전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위험요인이 발생하면 다른 조건 없이 바로 공사를 중단하고 잠정적으로 철수할 수 있게 하는 등 안전 장치가 계약단계에서 마련돼야 한다. 사전에 원청업체나 해당국 정부에 충분한 안전보장 조처도 요구해야 한다. 개발시대처럼 그런 것 없어도 좋으니 공사만 달라고 덤빌 때가 아니다. 경비절감이란 얄팍한 계산으로 안전 조처에 인색해서는 안 된다. 정부도 좀더 실효성 있는 자국민 보호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노동자 안전을 위한 규제는 아무리 많아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