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5.06 18:01
수정 : 2007.05.06 20:05
사설
한국 정치의 후진성이 요즘처럼 잘 드러나는 때도 없다. 정치가 추구해야 할 가치와 원칙을 저버린 채 정치적 이해관계만 좇아 이리저리 헤매고 있다. 또 유력 대선주자들이 정치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전형적인 삼류 정치다.
한나라당의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지난 4일 격돌은 우리 정치 수준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두 사람은 강재섭 대표 주재로 서로 화합하는 모습을 보이고자 만난 자리에서 오히려 볼썽사나운 말다툼만 벌였다. 서로 상대방에게 “한나라당 의원이 대운하를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해서 충격을 받았다”(이 전 시장) “여자는 애를 낳아야 한다고 얘기하지 않았느냐”(박 전 대표)고 공격했다. 멱살잡이만 하지 않았을 뿐이지 원색적인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지지율 1, 2위를 달리는 대선 예비주자가 맞는지 귀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대선주자를 뽑는 경선 규칙을 놓고도 몇달째 지루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처음에는 경선 시기와 국민 참여 비율을 놓고 다투더니 이제는 전체 경선의 20%(4만명)로 배정했던 여론조사 문제를 두고 다투고 있다. 이 전 시장 쪽은 당원과 국민 비율 50 대 50의 정신을 살리기 위해 여론조사 인원을 4만명으로 못박자는 데 비해 박 전 대표 쪽은 전당대회에 불참한 당원과 국민의 숫자만큼 여론조사 인원도 줄여 ‘여론조사 20%’ 비율에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양쪽 다 자기에게 유리한 쪽만 고집한다.
모든 선거에서는 공정성이 관건이다. 후보 개개인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따질 게 아니라 선거 규칙이 얼마나 공정한지를 기준으로 삼으면 된다. 그러나 지금 한나라당은 거꾸로다. 후보들이 유불리를 기준으로 경선 규칙을 만드는 일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후보들에게 이렇게 끌려다니면서 경선 규칙 하나 스스로 정하지 못하는 정당이 어떻게 나라를 공정하게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인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열린우리당의 내분 사태도 한심하다. 당 의장을 지낸 정동영, 김근태 두 대선주자들이 나서 스스로 만든 당을 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른바 친노무현 사람들은 ‘갈테면 가라’고 맞서고 있다. 말로는 통합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편가르기 정치를 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가치와 노선이 아니라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탈당이나 당 해체를 주장하는 쪽은 열린우리당을 나가서 만들겠다는 새로운 정당이 도대체 현재의 열린우리당과 노선에서 무엇이 다른지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인기없는 친노그룹과 우선 갈라서겠다는 속셈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얄팍한 정치공학적 사고로는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 친노그룹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은 한때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추진했으면서 당내 다수파가 원하고 추진하는 민주당 등과의 통합 노력에 대해서는 지역주의 부활이라고 공격한다. 볼썽사나운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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