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5.07 18:16
수정 : 2007.05.07 18:56
사설
많은 한국인은 ‘동해’ 표기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지구촌 사람들이 사용하는 지도에는 여전히 ‘일본해’ 표기가 훨씬 많다. 유엔이 교육·학습 프로젝트로 운영하는 국가정보 웹사이트 ‘사이버 스쿨버스’에도 일본해로 적혀 있다. 이제 이런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
오랫동안 동해 또는 조선해로 불리던 바다가 일본해로 바뀐 데는 1921년 발족한 국제수로기구(IHO)가 큰 구실을 했다. 이 기구는 회원국들에 바다 이름을 제출하도록 한 뒤 이를 모아 29년 ‘해양과 바다의 경계’라는 국제 표준 해도집을 발간했다. 당시 일제 치하에 있던 우리나라는 이 기구 회의에 참석할 수도 없었다. 그 결과 일본의 일방적 주장대로 해도집 1판에서 처음 사용된 일본해 표기는 2판(37년)과 3판(53년)에 그대로 이어졌다. 이 기구는 2002년 해도집 4판 작성을 위해 열린 총회에서 ‘동해·일본해 병기’를 요구하는 우리나라와 일본해 단독 표기를 주장하는 일본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자 4판 발간을 보류한 바 있다. 어제 모나코에서 시작된 이 기구 총회의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가 동해 표기 문제다.
일본은 이번에도 일본해 단독 표기를 관철하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이런 태도는 일본해 표기가 등장한 과정을 생각해볼 때 시대착오적이고 뻔뻔스럽다. 제국주의 일본이 조선의 주권을 강탈하고 독도를 자신의 땅이라고 우기기 시작한 뒤 지금까지 억지를 부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또한 일본의 태도는 ‘영토 사이에 있는 바다 이름은 관련국이 협의해 결정한다’는 국제 관례에도 어긋난다. 국제수로기구도 1974년 ‘두 나라가 바다를 공유할 경우 이름을 병기할 수 있다’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번 총회의 결정은 적어도 동해·일본해를 병기하거나 일본해 단독 표기를 삭제하고 두 나라가 충분히 협의하도록 하는 내용이 돼야 한다. 물론 동해 단독 표기가 최선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과거 우리나라 정부가 동해 표기 문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사태 해결이 만만치 않게 된 것도 사실이다. 일제시대는 차치하고라도 광복 뒤 수십년이 지난 90년대 초가 돼서야 문제제기를 시작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우리의 이름을 되찾는 것은 주권을 온전히 하는 일이고, 그런 노력에 시효가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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