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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07 18:16 수정 : 2007.05.07 18:55

사설

어제 끝난 프랑스 대통령 선거는 대중들의 강력한 변화 요구와 관심이 지배한 선거였다. 이는 투표율에서 확인된다. 지난달 22일의 1차선거 투표율 83.77%와 이번 결선 투표율 83.97%는 정치적 무관심과 냉소주의가 팽배한 현대사회에선 놀라울 정도로 높은 것이다. 투표율이 이처럼 높아진 데는 50대 초반의 전후세대인 좌우 진영의 두 남녀 후보가 격돌했다는 점이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이들 두 후보가 ‘과거와 다른 프랑스’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놓고 치열한 정책공방을 벌이면서, 대중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모은 탓이 크다. 이는 프랑스 사회가 변화의 갈림길에 섰다는 얘기가 된다.

우파 대중운동연합 니콜라 사르코지의 승리는, 이런 점에서 프랑스 사회가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 것임을 예고하는 것일 수 있다.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2%를 넘지 못하고 실업률이 20여년째 8%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프랑스 경제의 침체가 이런 결과의 배경으로 지적된다. 이번 선거에서 사르코지는 노동시장 유연화와 감세정책, 주35시간 노동제 개편 등 ‘성장’ 위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경쟁자였던 좌파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도 ‘복지’는 양보할 수 없다며 35시간 노동제를 적극 옹호했지만, 과거의 전통적인 좌파 후보들에 견주면 기업 친화적 정책을 내세웠다. 사회당 안에서도 경제성장 문제를 최대 이슈를 꼽는 이들이 많았다. 상대적으로 미국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프랑스의 독자적인 외교노선은 쟁점에서 벗어났다. 그만큼 프랑스가 경제침체에서 회복할 변화의 계기를 찾는 게 공통된 화두였던 셈이다. 이런 모습은 수십년 계속된 기존의 좌우 구도와는 다른 것이기도 하다.

사회당이 이번 선거까지 세 차례나 잇따라 대선에서 패배한 것은 변화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조차 지켜내지 못한 탓이다. 이번 선거에서 사회당은 전통적인 좌파 지지층에게 더 다가갈 것인지, 아니면 중도노선 쪽으로 더 갈 것인지를 놓고 분열상을 보였다. 루아얄은 물론 사회당도 변화를 필요로 하는 프랑스 사회에 새로운 좌파적 국가발전 전략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한 사회당 간부는 선거 뒤 “좌파가 스스로 쇄신했다면 이 지경까진 약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사회에서도 울림이 될 수 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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